“어떻게 한문 공부를 해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21세기 스마트 최첨단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전공, 개인취미 등의 여러 이유로 한문 공부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언해본을 보라고 합니다. 언해본이란 조선시대에 한문을 한글로 풀이한 책을 가리킵니다. 서당식 옛 교육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주로 답변하는 말입니다.
한문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을 다니고 전문적으로 한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권유합니다. 흔히 언해본처럼 번역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8,90년대 활동하시던 전통 한학자 분들이 번역하면서 겪었던 고충과 함께 일반인과의 언어 소통이 문제됐던 것이지요. 이 분들에게 배웠던 저도 귀가 따갑게 들었습니다.
오늘날은 언해처럼 번역해서는 안 되지만, 처음 한문 공부하며 문장의 구성과 한자의 쓰임을 공부할 때 언해본을 가지고 한 글자 한 글자를 철저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옛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지요. 특히 사서언해(四書諺解)는 관토(官吐 국가에서 공인한 토)와 학자(퇴계 이황, 율곡 이이, 간재 전우 등) 간의 현토 또는 구결 풀이를 상호 비교하면서 공부하면, 주석의 이해뿐만 아니라 훨씬 한문을 정밀하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늘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언해처럼 번역하지 않을뿐더러 언해처럼 번역할 실력도 안 됩니다. 언해를 무시하면서 한문 공부를 하시는 분이 있는데 정밀하지 못하고 정밀할 수도 없습니다. 조선시대 이래 우리나라 옛 사람은 글을 지을 때도 무의식 중에 언해와 구결을 염두하면서 지었습니다.
또한 한문을 잘 보려면, 장(章)과 구(句)를 잘 파악해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단락과 단락 사이를 어떤 방식으로 잇거나 전환하거나 강조하는지 등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사실 한문을 어느 정도 공부하면 단락과 단락 사이를 무척 고민합니다. 어디 단락으로 나눌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공부합니다. 장강대하(長江大河) 같은 문장도 그 속에 각 흐름과 파도가 모여 위대함을 이룩합니다. 그처럼 잘 연결되는 단락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논문이나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락과 단락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별다른 방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읽어보면서 수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같은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도 수없이 수정했다고 합니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이야 뭐 말 할 것이 있겠습니까.
물론 그 당시와는 언어적 차이가 있습니다. 충분히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만 사서언해, 소학언해, 두시언해, 당송고문들의 언해본 등은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 번역 문화유산의 금자탑이라고 생각합니다. 1천년 이상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문을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만든 중요 공부법입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에 가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