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 그는 언제 누가 등장할지 모르는 인격들 사이를 오가며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플레처 박사에게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어느 날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3명의 소녀들을 납치하고 케빈의 인격은 점차 폭주하기 시작한다.
2017년에 개봉한 <23 아이덴티티> 영화의 줄거리다. 주인공은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인격에 의해 조정되며 그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고 내면의 자신과도 사투를 벌인다. 이는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진주에서 아파트 방화?칼부림으로 5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당한 진주참사, 충주에서 경찰관과 사설 구급대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생명을 위협한 사건 등 정신분열증인 조현병 환자에 의한 끔찍한 사고 등 우리 사회에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 관리방안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에 대해 사법입원제 법령제정 검토, 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수호하는 경찰의 역할, 정신질환 치료를 담당하는 정신의료기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강력범죄 현장을 수습하고 정신질환자를 이송하고 피해자를 응급처치하는 등 위험한 칼날 위에 선 소방대원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첫째, 근본적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예방과 대응하는 안전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화재진압, 생명 구호(救護)는 소방관의 사명이며, 국민의 재산 및 인명을 지키는 것은 책무이다. 하지만 소방대원이 불멸의 존재는 아니다. 현장표준지침 절차에도 정신질환자가 난폭한 경우 경찰에 통보하고 협조요청을 받아 대응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경찰협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둘째, 소방대원의 정신질환자에 관한 교육과 간단한 행동 체크리스트 및 질문지의 현장 활용이다. 현장에서 정신질환자를 판단하고 대응한다는 것은 어렵다. 정신과 전문의도 오랜기간 상담과 검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정신과 질환을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역설이다. 따라서 정신질환 환자를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의 교육을 받는 것이다. 더불어 정신건강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간단한 행동 체크리스트 및 질문지를 만들어 현장에 활용하는 판단의 근거가 필요하다. 정신질환자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어, 현장에서 이상한 낌새가 보이더라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과전문가의 교육으로 이상행동의 관찰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경계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 이유로 정신과 전문가의 교육과 체크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다.
또 다른 예방은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소방청의 시스템 연계로 안심케어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전에 출동대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소방에서는 U-케어로 사전에 주소, 전화번호, 과거질병, 이송병원 등 정보를 입력하면 신고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 시스템과 유사한 개념으로 안심케어시스템을 연계하여 정신질환 종류와 현재까지 치료상태 및 보호자의 정보가 전달된다면 출동 중에 적절한 행동 대응방안을 만들 수 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67조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정신의료기관등의 입원 등 및 퇴원 등을 관리하기 위해 입.퇴원 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민감한 개인정보는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질환명과 치료병원, 보호자 연락처는 공유하여 응급입원에 기초자료로 활용 될 수 있어야 한다.
동법 제50조에는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시, 경찰관 또는 구급대원이 정신의료기관까지 호송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상황에서는 입원이 가능한 정신의료기관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고, 기존 진료병원이 아니면 치료 경력을 확인 할 수 없어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연계하여 관리한다면 현장에서 지체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또다른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구성원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격리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격리가 우선 되어야 하지만 무조건 혐오감을 갖고 배척하고 무시하는 사회분위기에서는 정상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의학적으로 정신질환이라고 하는 것은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있다. 정신불치병으로 불리지 않는다. 격리가 단기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장치로 보일 수 있으나 정신질환의 근본적 원인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그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
정신질환자는 두 얼굴, 즉 내면에서의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표출된다. 강력범죄는 경찰의 몫이지만, 동반되는 화재나 인명피해를 예방하고 수습하는 업무는 소방관의 몫이다. 그로인해 소방관의 안전도 칼날 위에 서 있다. 급증하는 추세에 있는 정신질환자를 현명하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선에서 발로 뛰는 소방대원의 안전한 현장활동의 기반이 되는 정신질환자를 이해하는 교육 확대, 안심케어서비스 도입 등이 실현되어 현장활동에 대응한다면, 소방대원들이 위험한 칼 날 위에서 비껴 설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