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국악인으로 산다는 것



<사)한국국악협회 전북지회 부회장 /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2호 정읍농악 전수자>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한반도의 진정한 놀이는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제천의식에서 시작했다. 이러한 제천의식에서 소리가 빠질 수 없고 또 사람의 소리만으로는 역동적인 제천의식을 신비롭게 진행할 수 없어서 다양한 형태의 타악기가 등장하면서 놀이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음률보다는 리듬으로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크기를 조절하면서 단순한 형태가 지속하여 오다가 문명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악기가 선을 보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장구와 북 같은 종류에서 현악기인 가야금과 거문고 그리고 비파와 수금 등이 나타나게 되고 태평소처럼 날라리로 알려진 악기 등이 흥겨운 놀이마당의 앞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사람의 소리인 판소리가 선두의 놀이를 앞서가면서 어느덧 우리는 이것을 음악이라는 표현 중 우리나라 음악이라고 해서 국악으로 표현했다.

 
국악의 매체는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발전했다. 이제는 서양음악과 비교하여 국악관현악단이라고 하여 조선 시대 종묘제례악을 행했던 종묘에서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다양한 국악기로 서양음악의 관현악단을 밀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상 우리나라 국악의 본류는 남도국악이라고 칭하면서도 역사적 흐름에 따라 한양도성에 자리 잡은 왕실국악단이 우리나라 국악의 선도를 담당했다. 역사적 문헌에도 ‘악학궤범’이니 ‘정대업’, ‘보태평’ 등의 문헌이 남아 당시의 국악에 대한 상황을 알려주곤 한다. 한반도의 모든 일상이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은 사실상 당시의 지배계층에 대한 일종의 도구 역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비해 하삼도 지방(충청,전라,경상)의 국악, 좀 더 엄밀하게 들어가면 전라도 지방의 국악이라 칭하는 것은 당시 지배층의 도구가 아닌 생활 속 삶의 현장이요, 놀이문화와 함께 민중의 애환이 서린 음악예술이었다. 추수가 끝나면 흥겨운 가락에 맞춰 탁배기 한잔하던 당시의 모습은 지배층에 대한 의식행사의 국악이 아니라 주변 이웃과 함께 즐기면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좀 더 전문적인 형태의 예기(藝妓)가 되어 조선 시대의 기방에서는 춤과 음악이 깃들여진 국악 형태가 꾸준하게 전래하여 내려오게 됐다.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들어온 지 약 140여 년 정도 흘렀던가? 국악의 천년을 넘어 고대 한반도의 뿌리 깊은 음악으로 지금도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고 민족정기와 민속 음악으로 그 본분을 다하고 있다. 


다만 생활 속에서 즐기던 일반적인 국악 형태는 지금도 시골 농가에 가면 지역주민들끼리 흥겨운 농악의 한마당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악의 세계화를 향해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지킴이와 세계 속 알림이를 자처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변화와 전문화를 두고 있다. 세계속에 알려진 ‘김덕수 사물놀이’의 전문적인 국악은 아마 세계인들의 마음과 혼을 흔들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서부터 중견 세대까지 온통 가요 스타일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간에 갑자기 변화된 우리 사회의 음악이 국악보다는 가요에 치우쳐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국악 하면 이제는 60대 이상의 나이가 든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이라고 하여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하는 것이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을 느낄 때가 많다. 국악 꿈나무들의 발굴은 이제 요원해지며 판소리명창을 이를 세대들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을 보면 어디에서부터 국악의 현주소를 다시 써야 할지 모른다. 국악 역시 장르가 여러 가지이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2호 정읍농악을 전수하고 있는 필자는 이러한 국악의 전문적인 장르에 관한 연구와 전수에 앞장서길 원하고 싶다.

 
이제 전북지역의 국악 현주소를 살펴보면 아마 전국의 지방정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의 지원과 많은 형태의 국악한마당을 이룬 단체들이 즐비하고 있다. 예총의 국악협회뿐만 아니라 순수한 민간단체의 각종 국악을 원용(援用)하는 마을 놀이문화의 단체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있는 ‘전주 기접놀이’가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세분화된 전북지역의 국악은 지역민들이 국악인들의 입지와 예술성을 높이 평가해주면서 우리 사회의 전정한 생활 속 문화와 예술이 무엇인가를 깨닫되, 그것인 바로 ‘국악’이라고 하는 것을 알고 항상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