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고준희 양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최종판결이 지난달 내려졌다. 대법원 3부는 고준희 양을 학대하고 유기한 친부와 동거녀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고준희 양 사건 이후 최근 발생한 목포 여중생 계부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학대로 인한 아동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7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22,367건 중 무려 38명의 아동이 학대로 사망했다. 또한, 아동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가정에서의 아동학대가 전체 사례의 80.4%를 차지하고 있으며, 재학대로 인한 신고가 연간 아동학대 신고건수 중 약 9.7%로 나타나고 있다.
재학대는 학대가 상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아동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들을 살펴보더라도 우발적인 사고보다는 지속적인 학대와 방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동이 가정 내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례관리가 뒷받침돼야 하며, 가족기능강화를 위한 부모교육 등 학대가 발생한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서비스 제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전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남원시를 비롯한 무주, 장수, 임실, 순창의 5개 시군지역에서 아동학대 신고접수 및 현장조사, 사례관리를 비롯하여 아동학대예방 업무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르면, 시도 및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전국적으로 62개소에 불과한 실정으로 1개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평균 3~4개의 기초자치단체를 관할하고 있다. 1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관할하는 지역이 넓다보니, 신속한 대응과 체계적인 사례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지자체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23일, 정부의 반가운 정책 발표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따라 그동안 민간에서 수행하던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시군구로 이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 발표를 통해,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재학대 위험이 사라지고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아동과 가족에 대한 전문적 사례관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 발표 이전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아동, 학대행위자, 피해아동의 가족을 대상으로 재학대 방지 및 가족기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2014년‘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시행 이후 아동학대 사건처리 절차에서 조사기능이 강화되고 신고가 폭주하면서 상대적으로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아동학대 발견율을 높이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집중해 온 기존의 정부 정책과 다른 이번‘포용국가 아동정책’을 시작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 전문서비스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보다 진일보한 보완책들이 강구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