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인생은 백세시대라고 한다. 물론, 수명이 길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현대인들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건강 100세라는 단어가 등장하곤 한다. 허약하거나 병약한 사람들이 찾는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는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단기간에 걸친 속전속결 형식의 치료를 택하고 있어 재발하거나 다른 질병에 걸릴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치료제를 가진 의약품보다는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음미해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식도락 형태의 차(茶)를 소개하면서 차(茶) 중의 차라고 할 수 있는 한방차인 쌍화탕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잠깐 쌍화탕을 집에서 다려서 몇몇 곳에 한동안 배달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다방이 사라지고 곳곳에 카페가 존재하여 국산차보다는 특히 대다수 사람이 선호하는 커피에 밀려 추억의 차로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정읍에는 쌍화차 거리가 형성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이 즐기는 편이다.
쌍화차는 달일 때 향기가 일품이다. 그래서 모든 한약 중에 쌍화탕처럼 냄새가 좋은 약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이다. 보통사람들은 이 약을 한가할 때 여유 있게 마시는 차 정도로만 알고 있다. 여기에 잣을 띄우고 꿀을 탄 뒤 계란 노른자를 섞어서 마시면 쌍화탕은 차로서도 매우 좋다.
쌍화란 한자로 ‘쌍화(雙和)’라고 쓴다. 쌍방이 서로 협력해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 있다. 이때 쌍방은 의학적으로 기운과 혈액을 뜻하는 기혈이라고 하고, 동일한 기이면서도 서로 대립하며 상호 전화(轉化) 순환하는 음양일 수도 있고, 위치 개념으로 안과 밖인 내·외, 인간관계에서 남녀인 부부나 연인일 수도 있다. 특히 쌍화탕의 구성된 약리작용은 혈을 보하는 사물탕과 기를 보하는 사군자탕을 합방한 것으로 혈은 음에 속하고 기는 양에 속하므로 혈이 홀로 있으면 움직일 수 없고 혈을 움직이는 기능을 기만이 할 수 있어서 혈과 기의 조화 속에서 신진대사가 발생한다. 그래서 쌍화는 이질적인 것의 조화이기도 하다.
일찍이 이런 사고는 음양론을 배경으로 중원의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사람들은 이질적인 것의 조화는 좋지만 무차별한 동질성은 좋지 않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모든 것의 이상상태로 파악했다. 서로 대립하는 것이 조화를 이룬 화(和)의 상태란, 반대자가 상대를 보완하는 ‘생산적인 대립’이지, 결코 반대자끼리의 투쟁을 뜻하는 ‘건설을 위한 파괴’ 따위의 험악한 분위기가 감도는 서구적 대립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옳소하는 식의 동(同), 즉 동질성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여자만 있거나 사람들이 모두 남자라면 어떻게 자손들이 생겨날 것인가? 사람의 속은 따뜻하지만 겉은 서늘하다. 그래서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36.5°C를 유지한다. 표리(表裏)의 체온이 모두 같아진다면 얼거나 뜨거워져서 살 수 없게 된다.
이 쌍화라는 의미를 현대의학에서는 항상성(Homeostasis)이라 하는데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또는 내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호작용을 한다. 항상성은 건강과 생존에 필수적이며 항상성이 조절되지 않으면 질병이 발생하게 돼 있다.
쌍화탕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당귀(當歸), 천궁(川芎), 백작약(白芍藥), 숙지황(熟地黃), 황기(黃耆), 계피(桂皮), 감초(甘草), 생강(生薑), 대추(大棗), 등이며 이 원방에 맥문동(麥門冬), 용안육(龍眼肉), 구기자(枸杞子)를 가미하고 고명으로 잣, 건률(乾栗)을 곁들이면 약효와 맛과 향이 매우 독특해진다.
위 쌍화탕은 부부가 함께 사랑을 나눈 뒤 같이 마시면 피로 해소에도 좋은데 이렇게 되면 말 그대로 쌍화가 아닌가! 또 감기에 걸렸을 때 응용해 쓰면 효과가 좋다. 부부 행위 뒤에 생긴 감기는 범방상한(犯房傷寒), 또는 색상한(色傷寒)이라고 한다.
이런 용도와 전혀 다른 사용법도 있다. 쌍화탕의 분량을 배로 한 배쌍화탕을 지어 먹으면 치통에도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뼈를 신장(腎臟)에 소속되는 기관으로 분류하는데 부부생활이 과도하면 신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쌍화탕을 써 두면 보신(補腎)도 되고 피로 해소도 되며 치아도 튼튼해진다. 심신 쌍방의 만성피로와 상관있는 구내염에도 쌍화탕을 적당한 약과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좋다.
현대인들의 지친 삶에는 천근만근의 무게가 어깨에 짓눌려 있다. 물론 건강한 삶을 위주로 생활하는 일부 사람들이 건강에 관하여는 자신만만하지만, 대다수 현대인은 정신과 신체의 각박한 속에서 하루를 지낸다. 이러한 때 차분한 여유를 가지고 한방차인 쌍화차나 쌍화탕을 음미해보고 마심으로써 기력을 찾고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엮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