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를 거쳐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국민 앞에 공표했다. 이로써 지난 4월 5일 열린 국회 본회의 이후 두 달 넘게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며 멈춰있던 국회 열차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합의문 서명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의원총회에서 합의문 추인을 거부하면서 합의문은 결국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장장 80일에 걸친 거대양당의 정쟁으로 인한 국회 파행을 종결시키기 위한 노력이 불과 2시간 만에 깨져버린 것이다.
특히, 국민 앞에서 발표한 합의문을 ‘하나도 얻어내지 못한 합의문’이라며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린 자유한국당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와 민생을 도외시한 채 국민의 여망을 짓밟아버린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이 스스로 파기해버린 합의문에는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미세먼지’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을 위한 재해 추경을 비롯해 패스트트랙 법안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 그리고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 처리가 담겨 있었다.
국회가 파행되는 동안 민생을 외치면서 국회 보이콧과 거리투쟁을 이어왔던 자유한국당의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작태는 결국 민생을 명분삼아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자유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붉은 수돗물 관련 등 일부 상임위원회만 선별적으로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늦은 만큼 국회의 모든 상임위가 밤을 새워서라도 밀린 민생 숙제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제1야당이라는 공당에서 국회가 마치 골라먹는 아이스크림 가게라도 되는 양 일부 상임위만 참석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보다 정치적 이익과 정쟁을 우선하겠다는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 보인 것과 같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합의안에 직접 서명을 했음에도 정작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부결되자 “합의 무효가 됐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재협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우리(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의견이 국민의 의견이라고 생각해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더 넓음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국회 정상화 합의를 저버리고도 또 다시 재협상 운운하며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며 우리나라를 악화의 길로 내몰았던 자유한국당은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합의문 수용에 나서 6월 임시국회 일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여야 5당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고,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국회 파행을 주도해 온 만큼 이번 국회 정상화 합의마저 무용지물로 만든다면 더 이상 제1야당으로서 자격은 없다. 집권 여당 또한, 민생을 외면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서라도 즉각 국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민의는 국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 속에서 계속되는 정쟁과 국회 파행으로 인한 피해는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뿐이다.
20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국민 신뢰 회복과 민생·경제 살리기이다.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통해 민생 해결에 나서라는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국회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민생 해결을 위해 국회 훼방꾼 자유한국당 패싱하고 민생국회를 하루 속히 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