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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하)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90년생들에게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카메라 앞에서 누군가 음식을 맛나게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기존 세대는 ‘먹는 것’을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90년생은 ‘먹는 행위’를 ‘일종의 유희’로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워라벨은 일과 삶의 균형이란 뜻이다. 이 말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지만 한국에서는 맥락이 약간 다르다. 장시간 노동에 생산성은 반비례하는 현실에서 ‘취준생들이 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직장을 구직의 기준으로 삼는 형태’를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임홍택, 위의 책, 159쪽.)


2017년 많은 매체에 소개된 ‘워라벨’은 W.L.B라는 축약어다. 이 워라벨은 ‘일과 삶의 균형과 관련한 여러 움직임’을 가져왔다. 그러나 90년생에게 조직의 유입에 따른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급여수준’, ‘고용 안전성’, ‘승진’ 등을 뒤로 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이 1위로 꼽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90년생은 직장생활의 가장 중요한 것이 ‘취준생’ 시절부터 ‘워라벨’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한 통제 방식이 통하지 않는 세대’, ‘참견’이 아닌 ‘참여’를 원하는 세대가 90년생이다. 그들은 ‘참여’라는 말은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참견’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이다. 90년생에게 ‘참여’는 아주 자연스럽다. 그들은 TV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문제를 풀어보고 실력으로 참여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90년생은 적절한 넘치지 않는 참여를 통한 ‘인정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90년생은 소비업계를 뒤흔든다. ‘호갱의 탄생과 반격’이 그것이다. "……90년생들 사이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말이 바로 '호갱'이다.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 혹은 이용을 잘 당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구'와 '고객님'의 자음동화 현상에서 유래한 인터넷 은어 ‘고갱’이 합쳐진 말이다……"(임홍택, 위의 책, 235쪽.)


90년생을 보다 깊게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결하게’, ‘더 간결하게’ 길고 복잡한 것을 피하고 짧고 간단한 것을 원하는 90년생의 ‘목마름’을 ‘고객만족’이나 ‘고객감동’을 해결해 줄 수 없는 현실에서 보다 깊게 그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바로 ‘번거로움의 제거’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제품의 문의나 불만사항을 ‘고객센터'로 전화하지 않는 세대다. 그들은 본인이 모바일을 통해 검색을 하고 Q&A 게시판에 궁금한 사항을 남기거나 챗붓을 통해 즉시 상담을 하는 현명함을 가지고 있다. 직접 상담보다는 비대면상담을 선호한다.


하지만 90년생이 아무리 자유와 개성을 발휘하며 이 시대를 견뎌낼지라도, 그들도 혼자 살 수는 없다. 그들도 종종 선배, 후배와 끊임없이 연락하고 그 영향 아래서 살아간다. 어쩌면, 90년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나'와 '너'라는 존재의 인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인식하는 '나'의 총합이다. 젊은 독자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나‘의 존재를 찾기 위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성세대인 '꼰대'의 일방통행적인 시선이 부담스럽다. 기성세대와 90년생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인 분위가가 조성되길 희망해 본다.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90년생을 90년생이 바라보는 '꼰대의 삶'을 통해 서로 배움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젊은 친구들이 열정이 너무 없어서 말이야, 회사는 어떻게 다니는지, 참 걱정이구먼, 툭하면, 때려치우겠다고 하고, 야근은 말도 못 꺼내게 하고, 속으로 나이 먹었다고 무시할까봐, 은근 눈치 보며 90년생을 만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우리 모두 '하나'가 돼 함께 일하고 배우며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열린 마음'이 아닐까 한다. 90년생, 2000년생, 2010년생, 2020년생의 다양한 문화적 사고와 특성을 기존의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역사적인 그 어느 시기보다도,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90년생의 꿈이 최종 합격률 2%도 안되는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지원하는 이들을 비판하기보다는 그건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서 당당한 특성임을 이해하자.


그들과 공존하기 어렵다고 쉽게 판단하지 말고, 실질적인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우리 사회의 주역으로 미래를 향한 원동력으로 키워내야 한다. 우리 세대의 삶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다. 그 미래를 향해 ‘함께’ 가는 길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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