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네가 보고싶다





박여범 <용북중학교 국어교사·문학박사·문학평론가·수필가>



의외였다. 뜨겁고, 습한 여름의 정중앙에서 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기 때문이다. 너를 보낸 것은 차가운 동장군이 극성이던 그 기억의 시간에 아무 말도 없이 멀리 가 버렸다.

 

안양에 계신 큰 형님의 전화를 타고 전해진 한 마디는 충격이었다. ‘죽음’, ‘사망’, ‘하늘나라’, ‘소천등의 단어를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내의 죽음은 현실이었다. 펑펑 쏟아지는 슬픔을 뒤로하고 장례식을 마쳤다. 그리고 막내의 영정을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렇지만, 애써 감추고 말았다. 울 수가 없었다. ‘이라는 본재로 아무 것도 해 준 것이 없었다.

 

그렇게, 막내를 보낸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작년에는 명절에 추모관도 찾았다. 녀석은 아직도 활짝 웃으며, 이 못난 형을 맞아주었다. 젊디젊은 녀석은 그렇게 우리 가족들과 함께였다. 가끔 떠오르는 막내를 보낸 지 오래지만, 스멀스멀 밀려오는 녀석과의 추억에 가슴이 아려온다. 오늘은 태풍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린다. 새벽운동을 지하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으로 대체하고, 시집 한 권을 읽어 내려갔다.

 

섬진강의 큰물이 콩콩콩 나갑니다. 큰 강 같은 삶과 함께 하는 김용택 시인의 <연애시집>에 실린 사랑이다.

 

네가 보고 싶다

눈이 내린다

네가 보고 싶다

솔잎이 내린다

성긴 눈발 한 송이가 닿아도

떨어지는 솔잎 같은,

그런 것이 사랑이리(김용택,‘사랑’, <연애시집>, 마음산책, 2002. 82.)

 

시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가 네가 보고 싶다에서 호흡이 멈추었다. ‘는 불특정 다수다. 불특정 다수중에서 떠오른 얼굴이 막내. ‘이 내리고, ‘가 보고 싶고, ‘성긴(대충, 듬성듬성, 헐렁헐렁한, 구멍이 있는) 눈발에도 떨어지는 솔잎같은 것이 사랑이다.

 

창밖에는 아직도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를 감상하며 고백한다. “나는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해라고 말이다. 아내에게도,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지인에게고, 제자에게도, 직장에서도, 이것이 나의 큰 단점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운명을 달리한 내 동생 막내와의 사랑이 아쉽고 그립다. 어쩌다 한 번씩 다가오는 녀석과의 추억은 늘 고향이다. ‘고향이 그리우면, 아버지도 녀석도 보고 싶다. ‘아버지, ‘녀석도 함께 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고 그렇게 가 버렸다. 이것이 사랑일까?

 

다시는 이런 슬픔 가득한 사랑을 간직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소중한 존재들에게 마음껏 사랑을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지도록 사랑하고, 나누는 삶 속에서 진정 아름다운 사랑이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이미 나는 행복하다.

 

막내가 보고 싶어, 방학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국어시간에 20021217일 발매되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 김범수의 발라드(작사 윤사라, 작곡 윤일상), ‘보고 싶다를 아이들과 함께 불러 보았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이런 내가 미워질 만큼’, ‘믿고 싶다 옳은 길이라고’, ‘너를 위해 떠나야만 한다고

 

이러면 안 되지만’, ‘죽을 만큼 보고 싶다’, ‘죽을 만큼 잊고 싶다

 

놀라운 사실은 2000년생들이 이 노래를 잘 알고 있으며, ‘떼창(singalong)’으로 교실을 가득 채우는 감동은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함께, 김범수의 보고 싶다의 일부분이다. 가사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흥얼거려 보자.

 

그리워하면 그리워할수록 더욱 네가 보고 싶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