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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음식에 대한 추억



문 성 필
-㈜엄지식품 연구주임



이제 며칠 후면 우리나라 최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팔월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에서 지키는 명절이다. 서구 유럽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에서 비롯된 명절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음력 팔월 한가위가 사실상 설날보다 더 큰 명절의 의미를 지닌다.


명절의 추억을 새겨보면 가장 으뜸인 것이 바로 맛있는 음식이다. 새 옷을 입고 또는 두둑한 용돈을 챙기는 과거와 현재는 크게 다르지 않은 세시풍속의 하나이다. 또한, 시골에 가면 귀향하는 자녀들을 반기는 현수막이 동네 어귀에 게첨되어 정겨운 부모님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추석이 되면 집집마다 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의 코를 유혹하는 것은 바로 전이다. 우리나라 추석 명절을 쇠는 모든 가정은 전이 빠질 수 없다. 설날을 비롯한 집안 대소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은 각종 전은 어느덧 우리 잔치 문화중 최고의 음식이며 가장 보편적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우리네 부모님들의 인심은 이 전을 부치는 음식 장만이 보통이 아니다. 대 식구가 몇 차례 먹어도 남을 만큼 많이 장만하고 이후에는 냉동실에 들어가 다음 음식 장만을 위해 냉동실을 열어보면 예전 부침개들이 그대로 들어 있다.


그 소중한 전들을 며칠 후에 활용하려는 방법이 TV 등을 통해 공개되지만 그대로 사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번 추석에는 정말 간단히 몇 끼 정도만 먹을 정도의 음식 장만을 권하고 싶다.


또한, 추석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송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여러 모양의 송편을 직접 빚으면서 행복한 가정의 웃음을 볼 수 있었고 한솥 쪄낸 송편을 먹으면서 모양에 따른 시시비비를 가리곤 했던 추억이 그리 멀지 않다.


지금은 이 송편도 기계적으로 만들고 쪄낸 것들이 각양각색의 모양과 색소를 넣어 판매한다.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과 간편한 차례상, 그리고 복잡하지 않은 음식 장만에 일익을 담당하면서 사 먹는 송편이 대세를 이룬다. 심지어 홈쇼핑에서는 아예 부침개도 급속냉동하여 판매하는 것을 보면 이제 서서히 명절 음식도 주문시대로 접어들지 않는가 성찰해 본다.


추석 명절은 가을걷이에 대한 세시풍습으로 고기보다는 채소가 곁들인 나물 위주의 음식이 주류를 이룬다. 각종 산나물을 비롯한 채소들로 구성된 음식이 팔월 한가위를 가꾸는 추석 밥상이었는데 이마저도 어느덧 현재인들의 식성에 맞춘 고기 위주의 음식이 주류를 이루어 설날이나 추석이나 음식에 대한 장만이 송편 하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엇비슷해졌다.


밥상에서 먹은 음식 외에 전통차나 주전부리로 챙기는 것들도 매우 다양하였다. 유과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식혜나 수정과 등을 직접 만들거나 구매하기도 한다. 또한, 가을걷이라 각종 과일이 풍성하게 수확되어 우리의 먹거리로 자리를 잡는다. 이번에는 하필이면 태풍 링링이 강한 바람을 동반하면서 낙과 피해를 본 과수농가들이 이번 추석을 맞아 울상을 짓고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세시풍습 추석이 현대인들의 쉼에 대한 기일로 계획되어 가정에서의 추석 명절보다는 이번 기회에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 설날에도 최대인파가 해외로 나갔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추석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추석은 우리의 가슴속에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민속 명절이다.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마음속에 담고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간단한 선물을 드리면서 후손으로서 효를 다하는 것이 꼭 유교적인 풍습에 의한 것이 아닌 진정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본연의 생각일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대략 내일부터는 전국 대부분 가정에서는 고소한 향기의 음식들이 장만 되고 있을 것이다. 추억의 그 날을 되새기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맛있는 음식을 위한 일에는 너와 내가 없는 헌신으로 가정의 근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추석에 뜨는 보름달은 풍성한 마음의 상징과도 같을 것이니 이번 명절에는 혹시라도 불편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화해하면서 맛있는 음식으로 주고받는 즐거움이 행복한 오늘을 약속해주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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