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우 복 <김제 혜민당 한약방 대표/한의학 박사>
고구마는 섬유질이 많아 장내 불필요한 물질흡수를 방지하고 배설을 촉진하며 뇌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청혈작용을 하므로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
가을이 되어 직접 재배하고 가꾼 농작물을 추수할 때에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큰 기쁨이 따른다. 고구마밭에서 고구마를 캘 때도 그렇다. 이 기쁨은 모두 보람에서 온다. 한줄기를 잡아당기면 황토 땅속에 박혀 있던 큼직한 뿌리들이 줄줄이 달려 나온다. 이럴 때면 정말이지 신명이 난다.
그러나 어려서 먹던 고구마를 생각하면 별로 썩 좋은 느낌만은 아니다. 예전에 먹을거리가 궁해서 식사 때 밥 대신 고구마를 먹어 본 시절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거의 그런 느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어린 시절에 꽁보리밥을 많이 먹었기에 최근에 건강식으로 회자하는 보리이지만 보리가 조금만 섞여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그러나 고구마에는 이런 개인 경험의 부정적 함축 의미를 넘어서서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바로 고구마’라는 다소 과장한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유익하고 좋은 치료제이며 식품으로서의 특성이 있다.
본초학에서는 고구마를 ‘감저(甘藷)’라고 부른다. 감저는 맛이 달고 따뜻하거나 찬 기운에 치우치지 않은 평범한 성질이 있어서 식용으로 적합하다. 흉년 때 곡식을 대신해 먹을거리로 썼던 구황식품이며, 비뇨-생식기나 허리와 상관이 있는 신(腎)기능을 강화하고 비위를 튼튼히 해 허약한 신체를 보강한다. 약의 효능으로서는 마, 즉 산약과 흡사하며 오곡을 대신해 양식으로 삼을 만하고 이것을 먹는 사람 중에는 장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본 초서는 말한다.
민간요법에서는 고구마를 항관절염 치료제로 즐겨 쓰기도 했다. 임신부의 입덧에도 특효가 있다. 몇몇 나라에서는 경련 억제, 이뇨제로 또는 월경불순이나 유산 예방제로 이용하고 있다. 또 근래의 연구에서는 고구마가 폐암 예방 및 폐암의 진행 억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오렌지색의 3대 황록색 야채인 고구마, 호박, 홍삼 등은 폐암의 진행을 막아 준다.
1986년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식사 습관과 폐암 간의 상관관계를 밝힐 목적으로 흡연 남성을 상대로 조사실험에 들어갔다. 이 조사에서 폐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고구마, 호박, 홍삼 등으로 나왔다. 담배를 끊고 이런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면 폐암을 더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연구도 이들 세종류의 식품을 하루 반 컵 이상 먹은 사람은 이를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암의 확률이 절반 이상 낮아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일본에서 실시된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고구마를 포함한 황록색 야채를 먹으면 흡연자라도 폐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과학자들은 1984년 고구마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고구마의 성분을 이용해 활성산소(Free radical)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은 고구마에 클로로젠산과 같은 폴리페놀류가 다량 들어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고구마 엑기스 자체는 엑기스에 포함된 폴리페놀 전체 양보다 더욱 강력한 항산화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고구마에는 폴리페놀의 활동을 활성화해 주는 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고구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그 효능은 시판되는 콜레스테롤 강하제에 뒤지지 않는다. 고구마를 포함한 28종의 과실 및 야채에 대한 실험에서 고구마의 식이섬유가 콜레스테롤을 가장 많이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세계에서 쌍둥이의 출산율이 가장 높은 민족은 고구마가 주식인 나이지리아의 욜바족인데 이들의 쌍둥이 출산율은 평균치의 2배이다. 고구마에는 여성의 난자세포를 자극하는 난포자극 호르몬을 비롯해 기타 다량의 호르몬 생성을 촉진하는 물질이 풍부하다. 욜바족 여성들의 몸에도 이러한 물질의 함유량이 극히 높다. 이들 물질이 난소를 자극해 난자를 2개 이상 배란시키면 쌍둥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에 서구식 식사를 하는 부유한 욜바족 중에는 쌍둥이를 출산한 여성들이 거의 없다는 점은 이런 추정의 타당성을 크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
또한,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의 수치가 높아져 피부색이 한때 황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독성으로 인해 변색한 것은 아니다. 고구마 섭취를 중단하면 피부는 바로 원래 색으로 돌아간다.
고구마의 효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인들이 매우 두려워하는 치매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뇌혈관을 건강하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꾸준히 복용하면 혈관계 질환과 배설기능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