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로 <본지 논설위원/반태산작은도서관장>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최정점은 선출직이다. 그중에서도 정무직이라고 해서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과 지방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이 바로 선출직 공무원들이다.
이를 우스갯소리로 어공(어느날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늘공(늘 언제나 공무원)과 비교되어 회자하곤 한다. 어공은 선출직 공무원과 그에 따른 사람들이 갑자기 공무원이 되었다는 자조적인 말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선출된 권력은 법과 제도가 보장하는 최고의 권한을 누리게 된다. 가장 큰 권한이 바로 인사권한이고 예산 제출 권한이 있다. 선출직 장으로 올라서면 주요권한에 들어 있는 임명직을 인사 조처 할 수 있는 권한이 법과 제도하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임명권력은 한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우선 임명권자에 의해 법으로 규정된 각종 권한에 의해 인사조치를 할 수 있는 대상자로 분류되어 선출직 권력에 대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자신의 소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임명권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임명권력이라고 해서 마냥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과거 우리나라 대부분의 임명권력은 선출권력의 눈치를 보다가 자신의 생각과 뜻에 어긋나면 항의 표시로 과감하게 사직을 하고 야인으로 돌아가 후일을 도모하곤 했다.
이처럼 임명권력이 가지는 한계는 민주주의의 단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선출시켜준 국민이 선출된 권력을 믿고 그 권한을 위임했기에 임명권력은 어쩔 수 없는 권한의 한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권력이 재편성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선출권력의 당부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면서 우리사회는 이에 따른 갈등의 반목으로 두 갈래의 여론형성을 낳았다.
임명권력도 자리가 어떠냐에 따라 그 권한이 달라질 수 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출권력도 임명권력에 의해 조사를 받고 낙마하거나 선출권력이 퇴임했을 때에는 임명권력 역시 선출권력에 대하여 비수를 꽂기도 했다.
엊그제 대검 국정감사에서 표현된 검찰총장의 의지는 임명권력이라고 해서 선출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의 말들이 오고 갔다. 얼핏 보면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는 선출권력이 아닌 임명권력의 검찰총장에게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예전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의 여야의 생각이 뒤바뀐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온다. 정부·여당의 한 축이라고 생각했던 검찰이 되려 야당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여당으로부터 질책을 받는 통상적인 여야 공수가 뒤바뀐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어떤 면으로 보면 소신에 따라 선출권력도 임명권력에 의해 다스림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상황이 이러한 구도에서 여야가 공수교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야당에 대하여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되었을 때 그때도 그렇게 보이는지 매우 궁금할 따름이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에 대하여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였다. 야당의 다른 한쪽에서는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장이 수사하면 안 된다고 하고 이에 항의하는 동료 의원에게 막말을 퍼붓는 상식 이하의 행동이 고스란히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임명권력의 검찰조직에 대하여 검찰개혁이나 하면서 많은 이슈들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정부수립이후 70여 년의 검찰에 대한 말들이 오고 갔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수많은 말과 개혁바람이 부는 것은 무엇일까? 임명권력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의 한계를 조직적으로 감사면서 비대해지게 되어 이를 간과한 여론이 이제는 그냥 놔두지 않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임명권력이 선출권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한 법과 제도적인 면이라고 한다면 개인의 소신은 다 떨쳐내고 주어진 한계 안에서 선출권력이든 임명권력이든 병행해 가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즈음은 임명권력에 대한 국민 시선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아닌 것 같기에 지금의 임명권력 자리에 있을 때 공평무사한 법과 규정으로 모든 사안을 적용한다면 그 직에서 물러났을 때에는 국민의 찬사를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되레 자신 역시 반대의 경우를 겪을 수 있기에 선출권력과 임명권력의 한계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