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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풍경





황 인 상 

<이태리 페루지아 Orchestra Giovanile SR2 지휘자/Coro S.Spirito Volumnia 지휘자>





나는 어려서부터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뭐 우리 시골에선 다들 착하지만 그래도 나도 착했다. 지금이야 착하다는 말은 좀 안 좋은 의미도 포함되지만 그래도 좋은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세상을 살다 보면 하지만 착함 가지고 삶을 살아가기엔 참 버거운 일이 많다. 대학 일 학년 때 겨울 방학 때 등록금 좀 벌려고 악보 사보 일을 맡았다. 복음성가를 출판하는 분의 제의에 흔쾌히 일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밤낮없이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었다.


피곤했지만 등록금이 생겨나니 열심히 기분 좋게 일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일을 다 마치고 악보를 인계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전화를 했더니 지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당분간은 못 주겠다고 좀 기다리라 한다. 결국은 돈을 받지 못했다.


군대 제대 후에 두 달간 건물 페인트 일을 다녔다. 대전에서 무주까지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온종일 일을 마치고 저녁 7시가 되어서 집에 돌아왔다. 일하는 동안 밥은 맛있게 잘 얻어먹고 다녔다.


일을 마치고 진안 집으로 돌아왔다. 대전에 사는 사촌 형의 소개로 일을 했으니 형이 알아서 챙겨준다고 내게 일러줬다. 하지만 거기도 불경기다 어쩌다 수금이 안 된다고 하며 1996년 돈으로 140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30만원 받았다.


나의 착함은 참 바보 같은지 모르겠다. 아니 착한 것인지 바보인지 헛갈린다. 그러면 따져보자 착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두 가지 기준이 있겠다. 첫째는 절대적 기준이요 두 번째는 상대적 기준이다.


절대적 기준은 100점을 받아야만 착한 것이고 99점을 받으면 착한 것이 아니다. 상대적 평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착하면 착한 거다. 즉 평균이 60점인데 그보다 더 나은 61점을 받으면 시험 통과하듯이 60점보다는 80점이 더 착하고 선한 것이다. 80점 앞에 90점이 있으면 90점 받은 사람이 더 선한 거고. 하지만 절대적 평가로 보면 모두가 착하고 선하지 않은 것이다.


인간 중에서도 이 착함의 절대적 기준에 가까이 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성인들이겠다. 물론 성인들의 칭호를 주는 천주교에 모호한 점이 있긴 하지만 어찌했든 보통 면에서 볼 때 대부분 이 사람들은 어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몸을 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게 신이 됐든 사람이 됐든 자기 목숨을 다른 사람을 위해 바친 사람들이다.


우리의 인생은 인생 학교이다. 아기로 태어나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 결혼을 하고 다시 애를 낳으면 그때부터 우리의 진정한 수업이 시작된다. 그 말은 애를 낳는 순간 부모 된 자는 자식을 위해서 인생을 살아갈 의무와 사명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 자신을 희생하고 그들의 기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 부모가 되는 것이다. 이 비밀을 몰랐다면 인생 헛것 산 것이다.


이 작은 가정이라는 학교를 통해 일단은 핏줄을 위해서라도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을 배우게 된다. 더 나아가서 가정을 통해 의미를 배웠으면 정말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는 게 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위대한 사람들이며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간 사람들이다.


어제 아침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우리 집 아파트 앞에 누군가 개똥을 버려두고 달아난 몰상식한 사람이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내 집 앞이니 더러워지고 보기에 안 좋으니 내가 가지고 있던 봉투로 담아 버렸다. 차가운 개똥을 만지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방금 나온 따뜻한 개똥은 그래도 만질 만하다. 그런데 차가운 개똥은 사체를 만지듯 느낌이 좀 그렇다. 될 수 있는 한 우리 강아지가 응아를 한 주위의 똥은 치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그러지는 않는다.


나는 착하고 선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원래 선하고 착한 사람은 아니다. 똥을 바가지로 싸놓고 간 놈을 욕하는 게 먼저고 그다음에 치우는 게 나란 사람이다. 요즘은 내가 도인이 다 되어가는지 그런 몰상식한 사람들을 보면 측은하고 불쌍해 보인다.


이태리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한국인이란 점이 자랑스러운 건 우리 문화와 역사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단결하고 서로 돕고 사는 상부상조하는 민족이며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공동체 문화이다.


이것은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에서도 보인다. 그 인디언이 우리 한민족임에 나는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두레나 품앗이 김치 담글 때 서로 도와가며 김치를 담그고 서로 돕고 모내기할 때도 그렇고 동네잔치며 도와주는 문화가 참 자랑스럽다.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도시 생활화로 그런 면들이 좀 줄었긴 하지만 어쨌든 난 자랑스럽다. 고대 우리나라의 역사가 왜곡 돼 어떤 것이 진짜인지 모르는 지금의 우리 민족이지만 이것도 밝혀지리라.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세상에 선하고 착한 사람은 극히 적다는 것이고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위대한 성인들이 보여주었던 삶을 본받아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우리는 선하지 않다는 사실 그래서 연단에 연단을 거쳐야 한다는 것. 우리가 추구하는 파라다이스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그런 파라다이스 천국은 나에게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파라다이스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당신이 먼저 실천하고 자신 속에서 먼저 파라다이스를 만들어 보세요. 그러면 주위환경도 달라 보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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