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택
< 전주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 전주시음악협회 회장 >
우리는 노래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또 노래를 통해 쉼을 얻으며 노래를 통해 하루를 마감한다. 이 노래는 대중가요이건 클래식 음악이건 개의치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는 많이 있지만 매너어층이 있는 클래식 음악 중 가곡의 경우에는 약간 다를 수 있다.
가을의 정취가 깊어가는 우리 주변의 산야에는 단풍이 깊게 퍼지면서 추억의 노래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중 전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순수 클래식 가곡의 경우에는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연주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가곡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한 노래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일부 작곡자들이 친일행각으로 인해 그들이 작곡한 가곡을 부른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여론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가곡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서는 가장 자연스럽게 울리는 노래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곡은 대중가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부분 부르는 자의 의미가 대중가요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악기인 기타 등의 쇼를 운영하는 악기가 아닌 피아노나 현악기 등의 순수음악 악기에 맞춰서 부르기 때문에 약간의 고품위 노래로 알려져 있다.
가곡의 가사는 일단의 우리나라 사회의 정서적인 표현을 나타낸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가곡은 우리 민족의 강한 정서를 표현하기도 하는 선구자 같은 노래는 지금도 애창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부르기 쉬우면서도 반주 없이 부르는 가곡들은 어르신들이 부르는 추억의 노래이다. 특히 봄과 가을의 정취가 느껴지는 4월이나 10월에 부르는 가곡들은 마음의 열림이 시작되어 사회의 각박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호재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과 싸웠던 연합국 병사들이 마주하던 최전방에서 성탄절이 다가올 즈음에 대치하던 병사들이 공동으로 성탄절 노래를 불러 감동을 주었다는 사실이 있고 영화 고지전에서도 6·25전쟁 때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싸우던 남북한 군인들이 대중가요의 어떤 노래를 공동으로 부르면서 사상과 이념을 떠나 정서를 공유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처럼 노래는 언어가 다르고 사상과 이념이 다를지라도 같은 정서를 가지는 분모가 있다. 여기에 민족 정서를 담은 가곡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를 흔드는 갈등과 대립의 현장을 가장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래이며 가곡일 수도 있다.
가곡은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배울 수 있는 노래로 졸업 후에는 배울 기회가 별로 없다. 따라서 학창시절 듣고 익혔던 가곡의 정취를 어른이 되고 특히 노년이 되어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노래에 살고 노래에 황혼의 인생을 맡긴다는 매우 적절할 수 있다.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기법들은 많이 있다. 은퇴 이후 노년층들이 음악을 통한 정서함양을 위해 가장 선호하는 악기가 색소폰이다. 이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우리나라 가곡의 선율을 들어보면 정말 색다른 음악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어느 정당의 대표가 색소폰을 불었는데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처럼 노년의 음악을 즐기면서 특히 가곡을 악기로 부는 것도 음색을 음미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는 노래 중 가을의 향취를 느끼는 가곡의 한 소절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부르는 사람에게는 정서함양의 본류이고 듣는 사람들은 멋의 한 부분이 이렇게 노래로도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쉬운 점은 신곡들로 구성된 가곡들이 아직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60년대에 머물러 있는 한국가곡의 대중화는 이후 가곡을 작곡한 수많은 음악가의 노력으로 대중화를 시도했지만 별로 시원하게 나타낸 대중 가곡이 별로 없다.
이제 현대사회에서도 요즈음의 정취를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가곡들의 작곡이 필요하고 이 곡들을 대중화하여 일반 시민들이 흥얼거리며 부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가곡의 대중화를 위해 중·고등학교의 음악 교과서를 출판하는 각 검정도서 출판사들도 신규 가곡들을 공모하여 적절한 가곡들이 게재됨으로써 신규 가곡들이 대중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을에 들려오는 가곡의 정취가 추억의 그 날과 오늘의 현실이 아름답게 조화되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화합과 조화로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