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상
< 이태리 페루지아 Orchestra Giovanile SR2 지휘자/ Coro S.Spirito Volumnia 지휘자 >
"그냥...."
한국말에서 그냥이란 말은 한편으로는 정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론 성의 없는 말이 된다.
친구 간에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그러면 참 정이 많고 우정이 많은 말인데 '어 그냥 할 일도 없고 심심해서 왔어.' 하면 이건 뭐 되돌려 보낼 수도 없고. 아무튼, 오늘은 그냥 나도 글을 써본다.
요즘은 아기 보느라 생각할 시간이 없다. 방학해서. 여기 유럽은 여름방학이 삼 개월이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방학 기간에도 학교를 보냈는데 학교에서 애들 봐주고 놀아주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말이다. 그런데 돈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 딸은 사립 초등학교에 다닌다. 학비가 일 년에 한 이백만 원 정도 들어가고 점심 먹이고 오후에도 애들 봐주고 숙제시키고 하는 비용까지 내면 한 사백만 원 들어간다. 한국만 초등학교 공짜에 중고등학교도 거의 공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도 공짜는 아니다. 외국에서 살면서 복지를 따져보면 한국이 너무나 잘되어있고 한국 사람들은 공짜를 너무 좋아한다. 나도 한국 사람이라서 공짜를 좋아하는데 여기는 식당에 가서 물도 사 먹어야 한다.
한국은 공짠데…. 이태리에 비하면 월급도 두 배 이상 더 받는 한국, 집에 앉아서도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인터넷 강국, 배달의 민족답게 집구석에 앉아서 어떤 음식이든지 시켜 먹을 수 있는 나라, 대학등록금마저 은행 대출을 해주는 나라, 전세가 있는 유일한 나라, 치과 기술이 최고인 나라이면서 병원비는 별로 들지 않는 나라.
열거하면 책을 한권써도 되겠다. 한국에 사는 것은 행복이다. 헬조선이 아니고 즉, 한국 사람들은 자족할 줄 모르고 너무나 바라기만 하는듯하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나라에 사는지 모른다.
그게 문제다. 한국같이 복지 잘되어있고 서비스 좋고 의료기관도 싸고 언제든지 갈 수 있어 좋고 은행 업무 너무 편하고 우체국 택배랄지 우편 관련 업무가 너무 편하다. 서울 살면 지하철만 타면 어디든 다 돌아다닐 수도 있고 와이파이 팍팍 터지고 참 편한 나라다.
생각을 안 하다 보니 글을 자주 못 올리고 있다. 생각의 각자는 뿔 각자이다. 그래서 생각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진행 중이 아니고 뿔처럼 정리하고 정리를 해서 다다를 결과 뿔의 꼭짓점에 다다른 결정을 생각이라고 정의한다. 즉 생각한다는 말은 최종 결정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듯하다. 생각을 한다는 말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뿔 각의 끝지점 결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흐른다. 그런 흐름을 잡아서 생각에 이른다.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을 지나가면 그 자취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 생각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러한 것들을 정리를 해주는 좋은 도구라 즉 생각에 도달하게 되는 역할을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생겨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글을 쓸 수 있고 저장할 수 있다.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여서 그래서 감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감사하는 사람에게 행운이 다가온다.
그리고 즐거움도 자주 찾아온다. 항상 감사하고 즐거워하면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걸 쉰이 돼가는 나이에 알게 되었다.
참 일찍도 깨달았다. 이런걸 스무 살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아직 살아가야 할 인생이 반절 정도 남았으니 늦은 건 아니라 생각한다. 거울을 자주 봐야 하는데 잘못 봐서 웃는 연습이 좀 게을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