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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경 로

 <본지 논설위원/반태산작은도서관장>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중략>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국권 상실의 비극적 현실과 새로 찾아온 봄의 아름다움을 대비하며 일제 강점하의 우리 민족의 설움을 강렬한 어조로 드러내고 있는 이상화 시인의 유명한 시다.


 1926년에 발표된 이 시는 민족의 현실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한 국권 회복에 대한 염원을 향토적 소재를 통해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새삼스럽게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이 시를 맨 위에 올린 것은 오늘 우리사회가 마치 누군가에게 들을 빼앗겨 과연 봄이 올 수 있겠는가를 알리는 위기일발의 시대인 것 같아서 그러하다.


문학적 소재로 이러한 시를 읽었던 학창시절에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선열들을 생각하면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불살으겠다는 심정이 대부분이었다. 이상화 시인뿐만 아니라 윤동주와 한용운, 이육사등과 서정적인 향토색을 논하던 김소월 등의 시를 읽으면서 분기탱천한 마음으로 누구나 애국자가 되어 있었다. 이름하여 일제 저항시인이라고 불리웠던가?


 교향곡중에 핀란디아란 곡이 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작품으로 34세 때 헬싱키에서 열린 애국적 모임을 위해 쓴 곡으로 당시에는 '핀란드는 눈뜨다' 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속국으로 탄압을 받던 조국 핀란드에 대한 애국적 찬가이며 핀란드 고유의 민속적 선율이 들어 있는 곡으로 지금 들어도 우리 역시 가슴 벅찬 감동과 애국심이 절로 나는 교향곡이다. 물론 러시아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다가 핀란드 독립 쟁취 후 세계적인 음악으로 빛을 발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광복직후 좌우익의 대립이 극심하였고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안위와 권력 잡기에 혈안이 되었다. 독립군들을 잡아 고문하던 일제 부역자들이 과거의 일상을 깨끗이 세탁하여 갑자기 존경받는 반공투사가 되어 나타났다. 이승만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권력자들이 이를 고묘하게 이용하여 단죄는 커녕 요직에 등용하는 바람에 이 땅에서 과거 일제의 청산과 새로운 나라는 물 건너가게 되었다.


 오직이면 민간인들이 암살자를 동원하여 이들을 처단해야만 했었던가? 일제 부역자들도 권력을 등에 업고 이에 질세라 암살극을 벌였던 것이 바로 우리민족이 빼앗긴 들에서 봄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민족정신을 통해 과거 부역자들은 깨끗하게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죄하고 미래의 꿈을 향한 대한민국 호에 정식으로 승선하길 바란다.


 1926년에 발표된 이 시가 정작 9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그때 그 시절의 민족정신이 다시 되살아나면서 지난(持難)한 역사에 머물지 말고 심기일전하여 일어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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