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실 <익산소방서 방호구조과장>
꿀벌이 사라지면 4년 내에 인류도 멸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흔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주장으로 알려진 이 가설은 후대에 꾸며진 이야기라는 논란도 있지만 대체로 타당성 있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중 63%가 꿀벌의 수분(受粉)으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즉, 식물의 수분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먹이사슬에 따라 전체 생태계와 인간에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가설’도 바로 이러한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렇듯 지구생태계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크나큰 도움을 주는 유익한 존재이지만 때때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바로 ‘우리 주변’에 벌들이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최근 도시 지역에도 녹지공간이 과거에 비해 점차 늘어나면서 말벌들의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고 말벌들은 이러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다.
더욱이 이 시기에는 말벌에 의한 벌 쏘임 환자가 많은 편인데 실제로 여름과 가을사이에 벌들의 개체 수 급증으로 인해 먹이가 부족해 벌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공격적으로 변하게 된다. 작년 벌쏘임으로 사망한 59%가 벌초작업 중에 발생했다. 특히 땅속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과 땅벌을 조심해야 한다. 묘지 주변은 땅이 부드러워 말벌이 집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땅속과 풀 숲 사이에 숨어있는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이는 사례가 많다.
제초작업 전 주변에 말벌이 한두 마리 날아다니거나 말벌의 움직임을 감지한 경우 머리를 감싸고 20m 이상 신속히 벗어나야 한다.
간혹 말벌이 공격할 경우 앉거나 엎드리면 된다는 속설을 믿고 그대로 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큰 낭패를 볼 위험이 있다.
벌은 공격에 나서면 생물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벌떼가 달려들면 도망치는 것이 최선책이다. 말벌들은 사람머리를 집중 공략하는데 곤충학자에 따르면 벌집을 공격할만한 동물은 곰 등 대형 포유류밖에 없는데 곰의 검은 털과 형태가 비슷한 사람머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리고 벌을 자극하는 화장품ㆍ향수ㆍ어두운 색의 옷차림을 자제하고 모자 착용과 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말벌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독침에 있는 강한 독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독에 있는 ‘만다라톡신’이라는 신경마비물질이 있는데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 구토,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의 이상증상을 동반한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즉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과거에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사전에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비상약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한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아나필락시스)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은 합병증 없이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심한 혈압 저하가 나타나므로 기존에 심장이나 뇌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저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벌에 쏘여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주변에선 벌에 쏘이는 것이 ‘별 거 아닌 일’로 치부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을 벗어나야 한다. 안전은 행동에서 시작되고 행동은 인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때 벌초나 성묘를 떠나는 시민들은 앞서 말한 행동요령을 미리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일 벌집을 발견해 제거해야 한다면 무리하게 제거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