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옷장에는 두 개의 전투복이 걸려 있다.
하나는 과거에 전쟁을 대비해서 매일 훈련할 때 입었던 국방색 전투복이, 다른 하나는 지금 한창 전쟁중인 현장에서 매일 입는 주황색 전투복이 걸려 있다. 그렇다, 나는 과거에 군인이였고, 지금은 소방공무원이다.
내 꿈은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다면 뜻깊고, 후회 없이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첫 번째 선택은 직업군인이었다. 장교로서 군 복무를 하며 일어나서는 안되는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많은 전우들과 함께 훈련을 하며 살았었다. 그러나 조금씩 내가 꿈꾸던 일과는 거리가 있는 듯 회의감이 느껴졌고, 나라를 지킨다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었으나, 내가 실질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갈증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결국 전역을 했고,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했다.
소방학교에 입교하여 3개월간 훈련을 하는 동안 줄곧 하루 빨리 임용이 되어 출동을 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졸업을 앞두고 4주 동안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실습이었지만 현직 선배님들이 나가는 실제 출동현장을 따라나서는 것도 아주 설렜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알려주시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첫 구급 실습을 나가던 날이었다. 가벼운 교통 사고라 생각하고 살짝 안심하고 나갔던 출동에서 끔찍한 사고현장을 보게 되었다. 머리가 하얘지고 허둥지둥 하던 나를 진정시키면서도 냉정하게 환자를 처치하시는 선배 구급대원들 있으셨기에 사고현장은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되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나는 그동안 생각해오던 나의 많은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사고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와, 그렇게 경험해보고 싶었던 출동현장에서 굳어버린 나에 대해 스스로 많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부족하였고 아직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생각으로 가볍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부끄러웠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다. 아직 신규 실습생이기에 괜찮다며 이해해주시고, 첫 출동에서의 큰 사고를 겪은 내 걱정을 해주시는 선배님들의 따뜻함을 느꼈고, 현장에서 냉정하고 침착하시면서 누가 보기에도 전문성을 가진 믿음직한 소방공무원처럼 보이는 선배님들을 보고 존경심을 느꼈다.
지금의 나는 이제 출동하는 것 보다는 출근하는 게 설레는 이제 갓 발령받아 3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신규 소방공무원이다. 아직도 배운 것보다 배울 것이 훨씬 많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매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만족을 하고 있다.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최종면접에서 면접관께서 나에게 했던 질문이 있다. “소방공무원이 된다면 군대에서보다 전쟁 같은 전쟁을 더 많이 느낄 것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때 나는 “네! 그래서 전역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당시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뱉은 말이였지만 앞으로는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이 될 것이다.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 소방사 이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