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最高)의 화재진압 대원이란 무엇일까. 최고의 사전적 의미는 가장 높음, 또는 으뜸이 될 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최고의 화재진압 대원이란 단연 으뜸이 될 만한 자질 혹은 기량을 지닌 화재진압 대원이 아닐까?
처음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나의 목표는 줄곧 최고의 화재진압 대원이 되는 것이었다. 평범한 소방대원은 성에 차지 않았다. 핵실험금지조약의 체결과 진보동맹의 업적을 남긴 전 미국 대통령 존.F.케네디 대통령 역시 이렇게 말했지 않은가. “무슨 일을 하던 최고가 되어라. 설령 당신이 하수도 인부라 할지라도 최고의 하수도 인부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라!”
그렇다면 최고의 화재진압 대원이란 어떤 대원일까.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다. 체력이 가장 좋은 대원일까? 아니면 불을 제일 잘 끄는 대원이야말로 최고의 화재진압 대원일까? 만약 그렇다면, 불을 잘 끄기보다는 인명구조에 소질이 있는 대원은 최고의 화재진압 대원이 될 수 없단 말인가?
일단 최고의 화재진압대원이 되기로 결심한 이후, 나는 많은 노력을 했다. 최고의 소방대원이 되기 위해 첫째로 생각한 것은 체력이 좋은 대원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여성소방대원으로서 힘든 현장에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체력단련에 매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최고의 소방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체력에 더해서, 그 이상의 것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현장에서 일을 잘 하는 대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목표는 생각보다 더 어렵고 난해했는데, 특히 ‘하늘 아래 같은 현장은 없다.’는 우스갯소리마냥 화재 현장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했다. 나는 출동을 나갈 때마다 많은 경험과 지혜,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번번이 나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도끼로 화재가 발생한 창고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선임 경방을 도와 무거운 호스를 끌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으며, 빠루와 동력절단기를 가지고 까마득히 높은 사다리를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건물 안에 가득 찬 연기를 빼기 위해 연결 판을 자르고 빠루로 소위 ‘까뒤집는’ 작업을 함께 할 때에는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간신히 몰아쉬며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산불을 끄기 위해 호스를 끌고 산 중턱까지 힘겹게 올라가 불타는 들판의 뜨거운 열기가 폐 하부까지 가득 채우는 느낌에 숨을 쉬기 힘들었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산소가 없으니 마냥 숨이 가빠왔다. 연기로 가득 찬 건물로 들어갈 때는 정말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한밤중에 불 빛 하나 없는 깜깜한 길을 무작정 걷는 사람처럼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언제 무슨 장애물과 위험상황이 있을지 모르기에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얇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 마냥 부단히 조심스러웠다.
거센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거대한 화마(火魔)를 향해 관창을 들어 몇 천 리터나 되는 물을 계속해서 방수하며 수압을 견뎠다. 같이 출동한 선임 경방 반장님들은 한 번 제대로 붙은 불은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는다고 일러줬다. 불은 뜨거웠고 연기는 매서웠으며 등에 얹은 장비는 천근처럼 무거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위험한 현장 속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동료들의 소식을 들으며, 나와 동료들 역시 언제고 이러한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사실이 못내 두려웠다. 과연 내가 최고의 소방관이 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이토록 수많은 현장을 겪은 후, 최고의 화재진압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대답이 궁금한가? 아쉽게도 나는 아직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고(最高)의 화재진압대원으로서 최고(最古)가 되기까지. 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익산소방서 팔봉119안전센터 소방사 윤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