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오늘 오타와에서 서명된 대인지뢰 금지조약은 의외로 '여성적'인 조약이다. 대인지뢰 금지 운동에 앞장섰다가 그 서너달 전에 지뢰를 밟듯 참담하게 간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너의 얼굴이 우선 떠오른다.
이 조약의 산파역으로서 그 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국제지뢰금지운동 대표 조디윌리엄스도 여성이었다. 그런 것을 떠나 이 조약은 땅의 평온을 위한 것이고 땅은 그리스 신화에서도 데메테르 여신이 관할하는 삶의 모태다.
근대 이후 인류는 그 모태에 지뢰라는 독을 심어왔다. 명나라에서 15세기에 화약이 발명되기 무섭게 지뢰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 뒤로 인류는 더 무서운 지뢰를 만들려 애쓴 데 비해 이의 안전을 위해서 힘쓴 기미는 별로 없다.
전쟁 상황에서 뿌리듯 심는 지뢰는 심은 사람도 기억하지 못한 채 땅속에 박혀 있는 것이다. 냉전이 끝나도 매년 2600여명이 죽거나 다치는 것도 그래서다. 따라서 그런 지뢰를 없애기로 한 것은 인류가 냉전을 탈피하려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등이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냉전이 끝나도 전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불길한 소식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미군의 안전을 들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기분이 더 개운치 않다. 그러고 보면 휴전 후에도 많은 장병들이 전방에서 지뢰로 '전사'했으니 한국전쟁은 50년간 지하에서 이어져온 셈이다. 최근ㅇ네는 경의선 복원을 위한 지뢰 제거 문제로 미국과 북한이 또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문제는 미군측의 양보로 가까스로 해결됐으나 아직도 냉전시대를 상징하는 '뜨거운 얼음'이 묻혀 있는 한반도의 위상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