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개'와 神父

1990년 오늘 아이티 대선에서 해방식학자 신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가 당선된 것은 놀랍다. 그에 앞서 86년까지 아이티를 통치한 프랑수아 뒤발리에와 그의 아들 장 클로드 뒤발리에와 대조를 이루어서다.
57년 집권한 아버지 뒤발리에와 그의 뒤를 이어 71년 19세로 종신대통령이 된 그의 아들은 '파파 독'과 '베이비 독'으로 불리니 '개' 부자인 셈이다. 개가 물러난 자리에 신부가 들어서니 어찌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하긴 한국의 경우처럼 개와 신부가 가까운 경우도 없지는 않다. 개화기때 육류를 섭치하지 못한 선교사들에게 개를 잡아준 것이나 그런 전통으로 한국인 신부들 가운데도 개고기를 즐기는 이들이 많은 것은 꽤 알려진 이야기다.문제는 아이티의 그 '개'가 사람이 먹기는커녕 거꾸로 사람을 죽이는 개라는 데 있었다. 그 가운데도 '아들 개'의 악명은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시작됐다. 권총연습 삼아서 경호원을 쏘아 죽이는 식이었다.
그런 블랙 코미디는 86년 민중의 폭동으로 쫓겨난 뒤에도 이어졌다. 그가 프랑스에 머물자 현지인들은 호텔 앞으로 몰려와 데모를 벌이고 경찰은 이를 막느라 법석을 떨었다. 이를 호텔에서 재미있게 구경했다는 그의 기사는 다시 전세계를 재미있게 했다.
그런 뒤발리에 부자가 물러나고 몇년의 우여곡절 끝에 아리스티드 신부가 집권한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다만 아이티의 처지가 개에서 신부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취임한 지 7개월만에 쿠데타로 망명한 것이 그렇고 그럴 94년 권좌에 복귀시킨 미국은 그가 극복해야할 대상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