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공주'는 동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마녀의 저주로 장미 공주는 물론 왕궁 전체가 긴 잠에 빠져 하인을 떄리던 관리는 멱살을 잡은 채로, 닭을 잡던 주방사람은 닭의 목을 붙든 채로 잠을 자다가 백년 뒤에 깨어나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관리는 하인의 뺨을 철벅철벅 때리고 주방 사람은 우악스럽게 닭의 목을 비튼다는 이야기는 이따금 역사 속에서도 비슷한 그림을 찾아 볼 수 있다.
1905년 오늘 파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특급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하고 조선반도에서 경부선이 개통된 것이 그렇다. 바로 이듬해는 경의선이 개통됐으니 우리는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를 거쳐 유럽까지 가거나 1914년에 개통된 경원선과 동해선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파리까지 직행할 듯 했으나 우리의 유라시아 시대는 그동안 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도 부산을 출발한 기차는 서울서 머물러야 하니 우리의 시계는 백년 전 경부선이 개통되던 시대에 머물고 있는 셈이고 그것은 냉전이나 남북분단의 문제만도 아니다. 일본 치하의 조선반도도 소련이 지배하던 시베리아 철도와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유라시아 시대가 최근 잠이 깼다. 그래서 지난 6월에는 경의선 연결공사가 시작돼 이제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파리를 가는 것은 물로 ㄴ후쿠오카-부산의 해저터널로 섬나라 일본과 영국이 기차로 연결되는 것도 시간 문제로 남아 있다.
물론 그 동안의 한 세기는 그냥 잠을 잤던 시대는 아니고 조선반도도 그 떄의 을사조약이 이루어지던 해의 그 땅이 아니다. 백년전의 조선은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시달리던 '극동의 수인'으로 그 떄의 상처는 지금도 남북분단이라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 분단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았으나 이제 한반도는 극동의 수인이 아니라 동북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관문으로써 눈길을 끌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나 독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