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한미군 철수'를 둘러싼 논란은 놀랍다. 미군이 철수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도 놀라우나, 그런 논란이 어느 배우의 스캔들보다 싱겁게 자취를 감춘 것은 더 놀라웠다. 이번의 주한미군 철수 논란은 지난날의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시작돼 더 그렇다.
촛불시위 등을 거치면서 비록 일부지만 한국인의 입에서 '미군 철수'라는 말이 나온 것이 그러고, 이에 대한 미국 언론의 반응도 색다른 데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26일 뉴욕 타임스지에서 컬럼니스트 새파이어가 "주한미군이 북한의 보복공격의 인질로 잡혀있지 않다면 미국의 작전 재량권은 후러씬 커질 것이다"고 한 것은 으스스한 데가 없지 않다. 북한이 보복공격을 하면 '남한 주민'이 아닌 미군이 다칠 수 있어 미국이 북한을 공격을 할 수 있는 '재량'이 줄어든다는 말이 그렇다. 윌리엄 텔로 치면 주한미군이 아들인 것은 분명하나 '혈맹'인 남한 주민은 사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촛불시위같은 것을 못마땅해하던 총은 '그것 봐라'는 식으로 나무라기도 했다. 그런 미군철수 문제가 제풀에 수그러들었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1978년 오늘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재고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떠올릴 일이다. 집권 초부터 주한미군을 철수하려 했던 카터는 "북한의 군사력이 한국에 비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방향 전환을 시사한 것이다.
미전향 장기수를 수용한 교도소가 아니면 미군철수라는 말을 들을 수 없던 시절에도 주한미군은 엉덩이를 들썩거렸던 것이다. 그 방침이 바뀐 이유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북한의 전력도 모른 채 미군철수를 추진한 것 같지는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