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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여인



1976년 오늘 애거사 크리스티가 세상에서 사라진다. 무명작가이던 그가 26년 실종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유명해진 지 꼭 50년만에 작가생활이 매듭지어진 것이다.
실종사건을 떠나서도 이 미스터리 작가의 삶에는 여러가지 미스터리 같은 것이 어른거린다. 1912년 장교인 애치볼드 크리스티와 결혼한 그는 1928년 이혼한 뒤 14세 연하의 고고학자와 결혼한 것도 그렇지만 전 남편의 이름을 평생 버리지 않은 것이 더 이례적이었다.
어려서 노래와 피아노에 재능을 보였으나 부끄러움이 많아 무대에 설 수 없어 간호사가 된 그가 거꾸로 세상의 눈길을 끄는 작가가 된 것도 그렇다. 간호사로 독극물에 대한 지식을 익힌 크리스티는 사람을 살리는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살인을 꾸며내는 '검은작가'가 된다. 의사인 코난 도일이 인술이 아니라 살인기술을 문학화한 것과 같다. 물론 그것은 의학적 지식을 추리문학에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추리문학이 거의 불모상태인 한국으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1840년대에 에드가 앨런 포로 시작된 서구는 그만두고 일본에서도 추리문학은 탄탄한 기반을 쌓았으나 한국은 생산과 소비가 모두 빈약하다. 그것은 문학을 떠나 논리적 사유를 기피하는 우리 사회의 체질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많은 사건들이 논리외적으로 끝장나는 풍토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수지 김의 살인사건에서 명탐정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진짜 명탐정이라면 빨리 발을 뺄 것이고 얼치기 탐정이라면 '탐정 피살사건'이라는 또 다른 사건만 추가했을지 모른다.
수지 김 사건만이 아니라 군사정권 시절에 일어난 수많은 의문사는 탐정이 아니라도 그 진상은 짐작이 갔으나 이를 캐내는 탐정을 보호할 런던 경시청 같은 것은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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