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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勞黨 1958'


이번 대선의 또 다른 승자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총 95만표(3.9%)를 얻은 민노당은 성큼 제3당으로 발돋움한 인상이다. 그 득표율은 민노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이 5년전에 거둔 1.2@를 3배나 끌어올린 셈이다. 그것도 정몽준이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데 따른 반동으로 노무현에게 옮겨간 표를 뺀 것이다.
그러나 이를 보고 서글픈 감회에 젖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레드 콤플렉스로 적색과 분홍색을 구분 못하는 '원조 수구'들이 아니라 정반대의 '원조 진보'들이다. 그들은 어쩌면 1958년 오늘 민노당의 원조격인 진보당이 '진보당 사건'으로 공중분해한 사건을 떠올리면서 기쁨보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 바람에 손꼽히는 독립투사였던 진보당 당수 죽산 조봉암이 빨갱이 몰려 '법살'된 것이 슬퍼서만은 아니다. 이번에 민노당이 선전했다고 환호할수록 56년 대선에서 죽산이 거둔 216만표(24%)가 아까워서다. 잃어버린 그 표보다 우리 역사가 잃어버린 반세기가 더 아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진보정당의 발전이 곧 역사의 진보라고는 할 수는 없다 해도 그것이 반세기 전에 비해 '퇴보당'처럼 돼 있는 것이 역사의 실종처럼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달리 보면 우리 역사나 진보정당이 조금도 후퇴한 것은 없다. 진보당 전성시대의 세계는 냉전을 겪고 있었으나 한국은 아직 파시즘이라는 홍역도 거치지 않은 나이였다. 따라서 평화통일을 주장한 조봉암을 간첩으로 몰아 처형한 파시즘은 우리 역사가 거쳐야할 아픈 성년식이자 '발전'이다. 물론 그 파시즘의 주술인 레드 콤플렉스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도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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