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오늘 민정-민주-공화당이 합치기로 한 것은 아직도 뚜렷한 이름이 없다. 스스로 내세운 본명은 '3당 합당'이지만 '3당 야합(野合)'이라는 명칭도 폭넓게 쓰이고 있어서다. 그래서 생겨난 합당이냐 야합이냐 하는 논쟁이 이번 대선으로 더 혼란스럽게 됐다.
그 주역의 하나인 김영삼이 92년 대선에서 당선됨으로써 '합당'은 국민들의 승인을 받은 듯했으나 이번에는 그것을 '야합'이라고 했던 노무현이 당선돼서다. 물론 정치인 노무현을 3당 합당이라는 잣대로만 잴 수는 없으나 이를 떠나 그를 재기도 어렵다. 3당 합당이 없었거나 노무현이 합당을 지지했다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그것은 오늘날의 노무현은 아닐 것이다. 그는 총선에서 낙선을 걱정하지 않는 대신 '노사모'같은 지원세력도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10여년이 지나서 되돌아 본 것일 뿐 당시는 합당이니 야합이니 하는 것을 떠나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기합'같은 것이었다. 5.17의 피비린내 속에 태어난 군사정권의 본산(민정당)과 이에 저항하던 민주당이 한 당이 된다는 것이 그랬다.
오(吳)와 월(鉞)이 한 배를 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나라가 된 것이다. 보다 놀라운 것은 기업주들이 밀실흥정으로 기업을 사고 팔듯 이루어진 그 과정이었다. 민의를 상향식으로 수렴하는 것이 정당이라면 그것은 정당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따라서 합당이니 야합이니 하는 말도 사치스러운 것인지 모른다. 그 결과 김영삼이 당선된 것이나 그 10년 뒤에 노무현이 당선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한국 정당정치가 발전하는 단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