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오늘 영국의 롤스로이스사가 파산한 것은 한 대기업의 파산이 아니다. 대영제국의 흔적 같은 것이 지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이 아직 전성기를 구가하던 1904년 자동차 판매상 롤스와 엔지니어인 로이스가 함께 세운 롤스로이스는 인도와는 다른 차원의 대영제국 상징이었다.
그것은 이 회사가 자동차를 많이 만들어 떼돈을 벌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 것은 신흥 부자나라인 미국의 GM이나 포드에게나 걸맞는 일이었다. 뼈대 있는 제국의 간판회사인 롤스로이스는 마치 적게 만들어 팔지 않으려 애쓰는 모양새였다.
롤스로이스는 고객을 붙들어 오기는커녕 오려는 고객도 심사를 했다. 따라서 돈이 있다해서 저절로 고객인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이 되는 것이다. 수험생으로서의 문턱도 시늉만은 아니어서 아이젠하워는 4성장군 시절 '자격미달'로 탈락했다. 한 미국 대통령은 대선에 당선하자 "귀하는 이제 롤스로이스를 살 자격을 갖추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통고를 받고 아니꼬워 차를 사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다.
그런 콧대에 걸맞게 차라기보다는 '달리는 별장'이라는 예술품을 만들었으나 그것도 대영제국처럼 시대착오적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롤스로이스는 표면상 미국의 록히드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항공엔진 사업의 실패로 파산하나 근본원인으로는 이런 귀족주의가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덩치가 커진 롤스로이스는 자동차회사. 항공기 엔진 제작사 등으로 쪼개졌으니 지하에서 이를 본 창업주의 눈에는 롤스사와 로이스사가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 가운데 자동차 부문이 여러 손을 거쳐 1998년 독일의 폴크스바겐에 팔려간 것은 새삼 눈길을 끈다. 폴크스바겐의 대부격인 히틀러가 지하에서 미소를 짓는 듯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