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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주시 청년주거정책, ‘로또정책’ 돼선 안된다


전주시가 발표한 ‘청년만원주택’ 사업은 한 달 임대료 1만~3만원, 보증금 5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이 심각한 현실에서 이러한 정책이 발표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이 전주시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인지, 아니면 극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로또 정책’이 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우선, 공급 물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 문제다. 전주시는 2028년까지 총 210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주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극히 일부 청년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현재도 많은 청년이 높은 월세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데 210호의 물량으로 청년 주거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결국 일부 당첨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나머지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로또식 혜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다. 전주시는 총사업비 250억을 투입해 주택을 매입·신축·리모델링할 계획이지만 월세 1만~3만원만으로는 유지·관리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2028년 이후에는 결국 전주시 재정으로 운영해야 한다. 과연 전주시가 이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재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입주 청년과 그렇지 못한 청년들 간의 형평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한 번 입주하면 무주택 요건을 충족하는 한 최대 10년, 결혼하면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초기 입주한 일부 청년이 장기 거주하면서 다른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게 된다. 이렇게 되면 특정 소수만 초저가 임대주택의 혜택을 누리고 나머지 청년들은 여전히 높은 월세 부담을 안아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는 단순히 일부 청년에게 초저가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주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세 지원 정책을 확대해 더 많은 청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현실적인 월세 수준으로 공급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입주자 순환 방식을 도입해 더 많은 청년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접근이 없다면 청년만원주택은 결국 극소수만을 위한 정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청년 주거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권이다. 주거를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경우 일부만 혜택을 보고 대다수 청년은 여전히 높은 월세 부담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야 한다. 전주시는 특정 당첨자를 위한 단기적인 지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형평성을 고려한 공공 주거정책이다. 청년 주거를 사회권으로 보장하는 정책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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