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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칠 숭미·기회주의자 한덕수(1)

오태규 / 언론인

#장면 1
1995년 한미 자동차 협상 때의 일입니다. 미국 자동차제조업협회가 한국을 ‘슈퍼 301조 우선협상대상국’(강력한 무역 보복 후보국)으로 지정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하면서 협상이 개시됐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통상산업부 무역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하고 외무부·건교부 등 관계 부처 직원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대표단을 꾸려 협상에 나섰습니다. 그때 통산부 통상무역실장이던 한덕수는 협상팀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협상팀 몰래 미국과 비공식 협상을 벌이는 월권을 자행했습니다. 미국 쪽 요구사항을 거의 수용하기로 독자적으로 타협하고 협상팀에 이를 통고했습니다. 협상팀은 절차와 내용을 문제 삼으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등에 업은 그의 반칙 행위는 흐지부지되고 불리한 협상은 그대로 추인됐습니다.

#장면 2
2010년 그가 이명박 정권의 주미대사를 하고 있을 때 일입니다. 외교통상부의 고위 간부가 미국에 업무차 출장을 갔습니다. 이 간부가 대사를 만나러 대사실에 들어가자마자, 그가 대뜸 외교통상부 본부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미국 기업들과 열심히 만나면서 그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다 수집해 본부에 보냈는데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거품을 물었습니다. 듣다 못 한 이 간부가 “대사님은 한국대사로 나와 계시면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일까지 다 하셨네요”라고 응수하자, 그가 화를 삭이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더라는 증언입니다.

#장면 3
2012년 그가 주미대사를 돌연 그만두게 된 배경입니다. 그해 2월에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를 위해 귀국한 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대를 신청했습니다. 한미 두 나라는 당시 무역협정(한미FTA)의 비준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 쪽의 요구대로 의료보험 약가 상한제를 풀어주면, 미국이 더는 까탈 부리지 않고 비준할 것이라는 복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중을 미리 간파한 복지부가 독대에 앞서 이 대통령에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한국 의료체계가 무너진다고 설득하고 동의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른 그가 이 대통령과 독대에서 미국 쪽 요구를 수용하라는 건의를 하자, 이 대통령이 바로 그 자리에서 ‘해고’ 통보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친미 성향의 이 대통령조차 그의 ‘과잉 친미’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죠.

이 밖에도 그의 친미 행각을 보여주거나 증언하는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그는 자신이 친미나 숭미주의자가 아니라, ‘국제파’ 또는 ‘지미파’, ‘미국 활용파’로 불리길 바란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일은, 이렇게 뼛속까지 친미주의자인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 무역정책을 그대로 수용할 태세라는 점입니다. 그것도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고 잠정적인 대행 주제에, “나의 권한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비롯되며,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라는 궤변까지 늘어놓으며 폭주하고 있습니다.

두 달도 남지 않은 한시적인 대통령 대행이 지금 최우선으로 할 일은, 차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대선 출마론에는 가타부타 확언하지 않은 채 간을 보면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트럼프 정권과 관세 협상에는 저돌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쪽에서야 골수 친미 대행이 이끄는 약체 과도 정권을 상대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뽑아내자는 계산이겠지만, 한 대행은 무슨 꿍꿍이로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될 게 뻔한 일을 ‘마지막 소임’ 운운하며 나서는 걸까요. 더구나 그가 통상 관료로서 친미적인 태도를 보였던 시절의 미국은 동맹과 자유무역을 중시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습니다. 지금 트럼프 정권은 이전의 미국과 완전히 다릅니다.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채 동맹과 자유무역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최근 이라는 한국 외교 비판서를 낸 이창천(가명) 전 대사는, 이 책에서 한 대행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은 정부 고위층에 있는 그를 이용해 협상의 실익을 전부 챙겼다. 미국은 보이지 않는 손과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사용해 두 번에 걸쳐 그를 총리직에 올렸는지도 모른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인사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것은 다 알려진 비밀이다.” 아마 이 문장에서 한 대행이 상식을 벗어나 행동하고 나선 이유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최근 행태는 여태껏 그를 키워주고 밀어준 미국에 마지막 보답을 하겠다는 것 말고는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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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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