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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더블 쿠데타, 사회적 항암 치료의 기회!(1)

강수돌 / 고려대 명예교수

12.3 윤석열 내란에 이어 ‘사법 내란’이 교묘히, 급속히, 그리고 뻔뻔스럽게 자행되었다. 일찍이 18세기 프랑스의 몽테스키외가 (1748)에서 ‘법의 타락’을 말한 바 있지만, 대한민국의 2025년처럼 법이 타락한 모습은 유별나다. 2009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고 2018년에 노회찬 의원이 타락한 한국 사법의 희생양이 되었다. 잊어선 안 될 사법 살인! 당시 많은 시민들은 ‘이것이 대한민국인가?’라는 자괴감과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나 기득권에 중독된 판검사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또다시 사법 살인하려 했다. 노회찬 의원의 촌철살인처럼 과연 한국의 법은 “만인(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딱 만 명(기득권층) 정도에게만 평등하다”고 생각한 건가?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Legatum)이 발표한 ‘2023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군(132위), 정치인(114위), 정부(111위), 기관(100위) 순으로 신뢰도가 달랐다. 특히, 한국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개인이나 기관들의 신뢰도는 조사대상 167개국 중 최하위층인 155위였다. 2013년 146위였는데, 10년 뒤 155위로 더 하락했다.

또,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23년 10월에 공개한 ‘2023 한눈에 보는 정부’ 데이터베이스를 보자. 이에 따르면, ‘법원과 사법시스템’을 신뢰한다는 한국인은 49.1%로 OECD 평균 56.9%에 훨씬 못 미쳤다. 조사 대상 20개국 중 한국은 꼴찌 그룹인 15위였다. 사법시스템 신뢰도는 노르웨이가 80.9%로 가장 높았으며 덴마크는 78.1%로 그 다음이었다. 이어 룩셈부르크(72.3%), 네덜란드(69.0%), 영국(68.1%), 아일랜드(68.1%), 뉴질랜드(64.8%), 에스토니아(64.6%), 오스트리아(60.0%) 등이 OECD 평균을 상회했다. 그리고 스웨덴(56.7%), 캐나다(55.7%), 호주(52.6%) 등이 50% 이상이었다. 한국보다 신뢰도가 낮은 나라들은 일본, 라트비아, 포르투갈, 프랑스, 콜롬비아였다. 프랑스가 한국보다 낮다니, 약 300년 전 몽테스키외가 ‘법의 타락’을 우려했던 심정이 읽힌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 한국의 사법 신뢰도 수준이 결코 ‘선진국’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것! 그간 한국의 교육 및 학력 수준이나 경제력 및 군사력 수준은 가히 선진국이 부럽지 않다고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보수 집단의 정치력이나 전반적 사법 수준은 그에 걸맞지 않게 참담한 수준이다. 이러한 괴리는 결국 한국인의 참담한 행복도로 연결된다.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 한국은 58위로, 1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이었다. 이는 전년도 순위에서 6계단 하락한 것이며,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게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러나 기득권층, 특히 입법, 사법, 행정, 그리고 언론과 경제를 이끄는 엘리트들에게 한국 사회는 ‘거의 천국’이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김앤장’으로 상징되는 짱짱한 변호사들(특히 고위 판검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을 천문학적인 돈으로 사면, 있던 죄도 없어지고 큰 죄도 작은 죄로 종결된다. 거꾸로, 제거 대상인 상대방에 대해서는 없던 죄도 새로 생기고, 별 것 아닌 범죄도 큰 범죄로 취급된다. 이렇게 기득권층은 돈과 권력, 연줄로 자신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강고히 옹호, 확장한다. 이것이 사태의 진실이다. 최근 대표적인 예를 몇 개만 보자.

첫째, 지귀연 판사가 2025년 3월 8일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탈옥’시켰다. 12·3 내란의 밤 이후 수백, 수천 만 민주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분노하고 내란 세력 척결을 외쳤다. 이에 공수처와 검찰이 어쩔 수 없이 내란 수괴를 구속했다. 바로 그 수괴를 법원이 ‘탈옥’하게 했다. 윤석열 입장에서는 2025년 1월 15일,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됐으나, 지귀연 판사 덕에 52일 만에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흥미롭게도 지 판사는 ‘구속기간 만료’라는 이유로 석방 결정을 했는데, 지 판사 자신이 참여한 법률해설서에는 구속기간 산정 시에는 ‘날(日)’을 단위로 한다고 했으면서도 윤석열의 경우엔 ‘시간’ 단위로 계산했다. 자신의 이론적 입장을 스스로 부정, 실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것!

둘째, 이 사상초유의 판결 사태에 대해 검찰총장이 즉시 항고를 해야 했다. 형사소송법 97조(보석, 구속의 취소와 검사의 의견)에서는 검사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다. 이 즉시항고를 대검찰청과 심우정 검찰총장은 포기했다. 오히려 심우정 검찰총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윤석열의 석방을 지휘했다. 곧이어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냈다. “검사의 불복을 법원의 판단보다 우선시하게 되어 사실상 법원의 결정을 무의미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위헌무효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헌법에서 정한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즉시항고는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음.” 그런데 정확히 10년 전, 검찰은 ‘구속 집행정지’와 ‘구속 취소’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에 ‘구속 취소 즉시항고’를 없애면 안 된다며, 즉시항고를 주창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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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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