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기록을 복사하거나 전자문서로 만들어 대법관들에게 전달했다는 증거를 왜 내지 않는가? 그것을 읽지 않았다면 무엇을 근거로 항소심과는 전혀 다른 사실 판단을 했는가? 지금까지 다른 사건들도 하급심 소송서류를 보지 않고 판결했는가? 대법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대한 입장을 왜 정하지 않는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에도 재판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해 사건 담당 판사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형사소송법 제66조를 위반하면서 내란수괴 피고인을 석방한 지귀연을 왜 징계하지 않는가? 그가 내란 주요종사자들 재판을 완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방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룸살롱 향응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왜 즉각 감찰을 실시하지 않았는가?
조희대 씨는 공무원이다. 언론과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을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의 규제를 받지 않는 ‘사회적 특수계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조희대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한 헌법 제11조 제2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법복귀족(法服貴族)’이다. ‘법복귀족’은 헌법과 법률을 자신의 특권을 지키는 도구로 쓴다. 진실과 정의와 국민을 위해 쓰지 않는다.
아무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법복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언행을 하기에 하는 말이다. 국회가 왜 조희대와 대법관들을 청문회에 불렀는가? 이재명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하려 하지 않았는지 의심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려고 그들을 불렀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을 따를 책무를 부여했다. 그렇게 하라고 독립성을 보장해 주었다.
만약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을 대법원 내규와 관례를 위반하면서 졸속 결정했다면 그들은 헌법 제103조를 어긴 것이다. 바로 그 조항을 들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한 것은 또 다른 헌법 위반이다.
그들은 다른 헌법 조항과 법률도 위반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헌법 제1조 제2항을 짓밟으려 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제거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찬탈하려고 한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제7조와 공무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9조도 위반했다.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제거하려 했다. 그보다 더 크고 확실하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겠는가.
조희대는 선거 개입 의혹을 덮으려고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조항을 내세운다. 국민을 속이려는 짓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런 데 쓰라고 헌법이 삼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 원칙을 명시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예외 없이 권력을 남용하는 성향이 있다고 보아 그런 사태를 막으려고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 제도를 만들었다. 법관의 독립은 그 제도의 일부로서 의미를 지닌다. 권력의 오남용을 막아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멋대로 재판권을 행사하고 모든 책임을 회피하라고 법관의 독립을 보장한 게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와 법원은 분립해 있으면서 서로를 견제한다. 국회는 대통령과 장관뿐 아니라 검사와 판사도 탄핵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탄핵권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할 권한이 있다. 국회는 다수결로 어떤 법률이든 만들 수 있지만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으로 국회의 권한 행사를 억제할 수 있다. 행정부에 속한 검찰은 국회의원의 범법행위를 찾아 기소할 수 있다. 법원은 언제든 국회의원에게 직위와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법원과 판사는 국회 위의 권력이 아니다. 대등한 지위에서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관계다. 국회 법사위가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한 것은 합헌적이고 정당한 행위였다. 기소된 국회의원이 법정에 출석하는 것처럼, 출석 요구를 받은 법관은 국회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 그게 헌법의 원리다.
조희대는 법관의 독립을 ‘무제한의 사법권 행사’로 착각하고 있다. 착각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에서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삭제하려 했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국민이 그렇게 의심한다. 그래서 국민을 대신해서 국회가 물어보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조희대는 국회가 질문하는 행위 자체를 법관의 독립성 침해 행위라고 주장한다. 자신을 헌법과 법률의 구속을 받지 않는 특수계급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래서 다시 요구한다.
“조희대 씨, 우리는 당신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판결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언론 앞에서, 국회에 나와서, 뭐든 말을 하세요, 당신은 그럴 의무가 있는 공무원입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나 귀족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당신이 끝내 말하기를 거부한다면 다음에는 특별검사가 보낸 출석 요구서를 받게 될 것입니다.”<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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