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창업하기 좋은 전북’을 향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 주도의 창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성장 단계별 맞춤형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는 등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창업생태계 전반을 개편하고 혁신의 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전북도가 창업정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방향은 ‘민간 주도’다. 특히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정부 R&D 자금과 연계해 지원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민간 투자사의 선제적 판단과 실행력을 기반으로 창업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은 매우 타당하다. 이미 6개 팁스 운영사가 선정되었고 민간투자 3억원 이상을 유치한 유망 기업 60곳을 본격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창업 지원의 공공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의 역량과 책임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공간 인프라 확충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전주한옥마을의 ‘키움공간’ 개소에 이어, 익산역 인근에도 식품·바이오 특화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창업은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험하고 실패하며 성장할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기반이 필요하다. 전북의 이러한 접근은 창업가들의 체류 유인과 생태계 집적 효과를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전북도는 창업기업의 성장 전 주기에 걸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에서 도약기 기업까지 381개사를 대상으로 191억원을 투입하는가 하면, 시군 청년혁신가 발굴, 창업 패키지 운영, 이차보전 금융지원 등도 병행하고 있다.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9개 펀드를 통해 2천69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있으며 전북을 운용 거점으로 한 투자사 확보와 공동 기술사업화 협약까지 추진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 유치와 외국인 창업 비자 지원을 포함한 글로벌 전략도 차별화된 지점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글로벌 창업이민센터를 유치한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전북이 글로벌 창업 도시로 도약하려는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창업생태계는 단기간의 자금 지원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실패를 허용하고 재도전을 장려하는 문화, 기술 기반 창업을 위한 연구개발 역량, 대학·연구기관·민간기업 간 긴밀한 네트워크, 그리고 지역 내 소비와 판로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북이 이제 시작한 이 복합적인 퍼즐 맞추기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보여주는 방향성과 의지는 분명하다. 과거 제조 기반 산업의 쇠퇴로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이 땅에, 혁신 창업이라는 씨앗을 심고 미래 산업의 중심축으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정치·행정적 뒷받침을 지속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창업 친화적인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창업하기 좋은 전북, 그 비전이 허상이 되지 않도록 빈틈없는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