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특히 경제 상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으며 소비자 심리지수도 상승했다. 반면 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새 정부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8년 전 국정기획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인수위 없이 정부가 출범해서 하루하루 숨가쁘게 국정을 논의할 때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묘했다. 어느 사이 국정기획위원회는 부서 공무원들의 민원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각 부서의 향후 5년간 성적이 결정되는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공무원들은 사활을 걸고, 과거 방식의 부서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논란될 일은 피하고자 하는 민간 위원들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간혹 민간 전문가들과 공무원 간의 논쟁이 발생하면, 공무원들은 무시하거나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결과적으로 논란이 되는 개혁과제들을 국정과제로 포함시키기는 어려웠다. 선거 공약에서는 논란이 되는 개혁과제를 집권 후 실현한다고 미뤄놓았는데, 이 단계에서 거론조차 못하고 빠지게 되었다. 핵심적인 과제들이 빠진 개혁과제들조차 대부분 추상적인 구호로 남게 되었다.
정부 구성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는 더 어려워졌으나, 각 부서에 맡겨졌던 대부분의 국정과제는 우수한 성적으로 달성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재명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했다. 뜬금없는 계엄사태로 무너진 신뢰도 문제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폭정이 아니라도 한국 경제는 이미 눈에 띄게 무너지고 있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 경제는 빚더미에 눌려있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부동산 금융 집중으로 인해 혁신 산업의 경쟁력을 잃어 성장이 불가능한 경제가 되었다.
이미 이러한 위기는 20여 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민생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는 국민들은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개혁적인 민주당 정부를 선택했다. 하지만 쇠락하는 경제에서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당 정부에서는 복지를 강화하고 경제민주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을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 방식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민주당 정부는 과거 국정 운영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 국정 운영의 공과를 평가하지 않았다. 3기 문재인 정부는 2기 노무현 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핵심 경제정책을 관료들에게 일임하면서 구조개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저출산이 악화되고,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부동산은 망국병이 되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책임지는 인사나 부서가 없다는 말은 절실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 주체가 없다는 의미이다.
최악의 경제를 물려받은 이재명 정부는 곧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주가지수 3000을 돌파하고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과 인공지능에 100조 원을 투하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허니문 기간이 끝날 즈음, 대외적 경제여건 악화와 부동산에서 시작될 금융위기가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 결과에 대해 민주당 정부는 반복적으로 비판받았고, 그 결과 경제 구조개혁은 더 이상 추진할 동력을 잃게 된다.
눈앞에 위기가 놓여 있음에도 현재 민주당 정부에서는 위기에 대처할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도 핵심 국정 과제에 대해 당정의 주요 인사들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한 적이 없다. 중요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조차 관련된 정보와 수단을 총망라한 대책회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제대로 된 정보를 보고받지 못하게 된다. 내부 인사는 물론 외부 전문가들의 해법을 구하기보다는 관료들의 안일한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 실기하고 말았다.
민주당의 문제는 대통령실과 정부 부서, 민주당 간의 소통을 막아 스스로 고립된다는 데 있다. 과거에도 중요한 개혁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의미있는 정책 소통의 장은 없었다. 중요한 정책 대응과 관련한 정보의 공유는 곧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권력을 탐해 폐쇄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반복해 온 것이다. 정부 참여를 바라는 인사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해 초기의 실책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놓친다. 관료들에 의존하는 소수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반복되며 실망스런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민주당은 여전히 이런 조직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며, 다시 민주당 정부는 시험대에 올랐다. 추경보다는 부동산이 더 시급하고 긴박한 일이지만, 위기감을 느끼고 긴박하게 논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변명할 일이 아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당이 총력 대응해야 한다. 누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시장과 소통해야 하는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되돌아보는 것은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재명 정부가 성찰을 통해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 이상 절망하는 서민들의 눈물을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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