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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주시의 채무 증가 속도 매우 우려스럽다


민선 8기 4년 차를 맞아 전주시의 채무 증가율에 대한 경고음이 우려를 낳고 있다.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우범기 전주시장이 ‘위기는 없다’, ‘부채도 자산이다’라고 강조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한 것과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주시의 채무는 2020년 1천300억에서 불과 4년 만에 6천억을 넘어섰고 재정자립도는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이제는 채무 비율이 21.4%로, 정부가 정한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인 25%에 바짝 다가서 있는 상황이다.

우 시장은 불가피한 지출 요인을 언급하며 해명하고 있지만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빚을 얼마나 썼는가’가 아니라 ‘그 빚으로 무엇을 이뤘는가’다. 막대한 채무를 감수하면서도 시민의 삶이 나아졌다는 체감이 없다면, 그 자체로 재정 운영의 실패라고 봐야 한다.

지자체의 재정은 곧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전주시의 경우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전주역세권 개발, 관광거점 도시 조성 같은 국비 매칭 사업들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단순히 행정의 실패를 넘어 시민의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며 지역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정 위기 속에서도 전주시가 선심성 예산과 불요불급한 사업에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한정된 만큼, 더욱 절제된 운영과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이 요구된다. 특히 예산 확보를 둘러싼 정치적 수사나 과장된 공약은 결국 시민의 빚으로 되돌아온다. ‘기재부 출신 예산전문가’를 자처하며 ‘예산폭탄’을 가져오겠다는 우 시장의 공약은 정작 지난 3년간 지방채 발행이라는 결과로 귀결됐다. 중앙정부로부터 실제 얼마나 많은 예산을 확보했는지, 또 그 예산이 시민의 삶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이미 불어난 채무를 탓하기보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 재정 운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무엇보다 ‘필요한 민생’으로 예산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단순한 회계 수치가 아니라 책임 있는 행정과 미래세대를 위한 양심의 문제다. 지금처럼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시정 경영이 불가능하다.

우 시장은 민선 8기의 마지막 해를 맞아 이제라도 시민 앞에 성찰과 책임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로부터 확보한 예산 내역, 부채 증가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향후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들은 화려한 말보다 묵직한 실천을 원한다. 지방정부의 신뢰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재정이 무너지면 정책이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결국 시민의 삶이 흔들린다. 이제라도 전주시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고 시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전주시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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