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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변혁적 리더십’만으론 부족하다(2)

강수돌 / 고려대 명예교수

기자회견 역시 ‘입틀막’이나 ‘사전 각본’ 같은 건 없이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비폭력 대화(NVC)’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폭력 대화는 대화 당사자들 간에 수직적, 위계적, 차별적 관계를 전제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호 솔직하게 말하고 경청하며, 상대방의 욕구나 느낌에 공감하면서 진행하는 대화법이다. 책임정치 차원에서 보더라도 이재명은 당선 직후부터 장마가 오기 전에 상습적 침수 구간을 철저히 점검(예, 하수관로 퇴적물 제거)하여 또다시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지적했다. 남북관계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더 이상 비방 방송이나 삐라 등을 북으로 보내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것도 대통령 지시랍시고 권위적,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관계 당사자들과 원만한 협의와 설득을 거쳐 상호 만족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조해 ‘3대 특검’을 신속히 진행하는 것은 시원스럽다.

이 모든 측면을 종합하면, 윤석열은 거래적 리더십 스타일을, 이재명은 변혁적 리더십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어쩌면 윤석열은 거래적 리더십이란 말조차 아까울 정도로 ‘무대뽀’ 리더십 내지 ‘조폭식’ 리더십을 보여주었는지 모른다. 이 경우, 차라리 이재명 대통령이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을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결코 완벽한 건 아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나 ‘정상성의 일상화’ 단계를 넘어 과연 ‘정상성 속의 비정상성’ 문제를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우려스런 부분도 많다.

일례로, 김건희 식 ‘주가조작’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결의는 큰 박수를 받을 일이지만, ‘코스피 5000 시대’란 구호는 걱정스럽다. 이것은 결국 주식시장 활성화 및 주가 상승을 꾀하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함께 잘사는 나라’와 아무 충돌 없이 달성, 유지될지 의문이다. 실은, 주식시장도 부동산시장 못지않은 투기성 경제의 장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설사 투기가 없다 해도, 주식 자체가 ‘자본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이것은 인간 노동과 자연 자원에 대한 약탈을 내포하는 것이다.

또, 최근엔 ‘방산 4대강국’ 이야기를 하는데, 방산이 과연 무엇인가? 무기 산업인데, 전쟁과 파괴를 전제로 가동되는 무기산업이 번창하거나 ‘4강국’에 든다는 것은 ‘안정과 평화’를 약속한 대통령답지 않은 발상이다. 누군가 그 무기로 죽고 다치고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될 터인데, 그런 점은 무시하고 단지 ‘돈 되는’ 사업이라며 ‘국민주권’ 정부가 추진해야 할 사업인가? 차라리 ‘자본주권’ 정부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면서도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십 배 강한 LNG(메탄)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는 뉴스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미 기후협약에 참여한 많은 나라들도 LNG 금지·축소를 논하고 있는데 말이다. 신체 온도를 능가하는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날마다 울리며 매일 온열병(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속출하는 바로 지금이 기후위기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조금만 참으면’ 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기후위기는 사실상 ‘자본주의’ 생산방식 및 생활방식 전반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전 사회적인 전환을 실천할 때 비로소 극복된다. 물론, 자본주의가 낳은 삶의 위기가 비단 기후위기만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노동소외, 고용불안, 대량실업, 빈부격차, 자연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각종 오염, 기후위기, 그리고 삶의 의미 상실과 자살률 증가 등이 모두,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과 생활방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진정 ‘자본주권’ 정부가 아닌, ‘국민주권’ 정부가 되려면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치열하게 가다듬으면서 제대로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과연 우리의 자랑스러운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을 넘어 ‘탈자본’의 새 세상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하여 진정으로 ‘함께 오래도록 잘사는 나라’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지금부터 대통령과 깨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토론해야 할 주제다.

앞서 말한 제임스 M. 번스 교수가 1978년에 을 처음 내고 그 25년 뒤(2003년)에 쓴 새 책은 란 제목과 부제를 달았다. ‘행복의 새로운 추구’란 부제인데, 결국 ‘변혁적 리더십’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게 궁극적 목표란 얘기다. 일례로, 기후위기 사례만 봐도, 계속되는 폭염이나 홍수 같은 기후재앙 앞에 단지 손선풍기나 에어콘 빵빵한 쉼터 정도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갈수록 전기를 더 많이 쓰는 해법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중독적 해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변혁적 리더십’은 이제 경영·경제의 울타리를 벗어나 정치의 광장에서 제대로 구현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새로운 리더십이 그렇게 ‘탈(脫)자본, 진(進)생명’을 지향하는 ‘변혁적 리더십’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통령의 취임사처럼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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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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