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산등성이가 겹겹이 포개진 전북 임실.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 자리 잡은 평화목장은, 한 청년의 땀과 꿈이 맺은 결실이다. 5년 전, 도시의 빽빽한 삶을 뒤로하고 이곳에 귀농한 조석호 대표. 그는 젖소들과 함께하는 삶에서 노후의 안식과 안정적인 수입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만만치 않은 현실의 장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이면 축사는 마치 용광로 같았어요. 뜨거운 열기에 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제 가슴도 함께 타들어 가는 것 같았죠. 사료 먹기를 거부하고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소들을 보며, 제 노력과 땀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만 같아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난날의 고뇌와 시름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4년간 이어진 혹독한 여름은 그의 가슴에 깊은 주름을 남겼고, 소들의 고통은 곧 그의 시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절망의 순간, 그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했다. 바로 '스마트 축산'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길이었다.
희망의 씨앗, 기술로 꽃을 피우다
5천만 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스마트 축사환경 조절 시범사업'. 조 대표는 ICT 기술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다.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이제 통신 기기를 활용한 그의 목장을 관리하는 마법 지팡이가 되었다. 지붕 위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 공기를 가득 채우는 미세한 안개, 그리고 거대한 날개를 쉼 없이 움직이는 대형 환풍기까지. 모든 것이 그의 손안에서 실시간으로 제어되었다.
ICT 기술은 용광로 같던 축사는 이제 싱그러운 바람이 흐르는 평화로운 공간이 되었다. 젖소들은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평온하게 사료를 섭취하며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았다. 젖소들의 마음이 편안해지자, 그들의 생산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산유량이 2~3% 향상된 것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조 대표의 땀과 기술이 함께 맺은 값진 결실이었다.
“혹서기와 혹한기 모두 가축을 편안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육체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목장 운영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스마트팜은 저희 가족과 소들의 미래를 함께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그의 눈빛에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이 가득했다. 기술이 가져온 변화는 그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그의 꿈은 더욱 단단해졌다.
도전과 과제, 한국 농업의 미래를 그리다
하지만 조 대표의 이야기는 한국 농업이 직면한 현실과 미래를 함께 보여준다. 그가 귀농하며 마주했던 8억~1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은 여전히 청년 농업인들에게 넘기 힘든 거대한 산이다. 또한,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생물 관리의 어려움과 유업체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불안정한 유통 구조는 그들의 꿈을 위협하는 그림자다.
임실군농업기술센터의 김양식 과장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하드웨어적 지원을 넘어선 소프트웨어적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별 젖소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농가 경영 상황에 맞는 실용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팜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조 대표 또한 낙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두 가지 중요한 제언을 남겼다. 첫째, 개별 유업체가 아닌 ‘낙농진흥회’ 중심으로 통합적인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여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우유를 납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여 귀농인들의 정착을 돕고, 치즈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등 낙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과 꿈이 만나는 곳, 평화목장의 희망가
평화목장의 이야기는 우리 농업의 미래가 기술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더욱 밝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그의 땀과 열정이 ICT 기술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달고, 한국 농업의 새로운 발걸음을 써 내려가고 있다. 평화로운 풍경 속, 젖소들과 함께 행복을 일구는 조석호 대표의 모습에서 우리는 청년 농업의 밝은 미래를 본다.
/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