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청년 인구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북 청년은 매년 평균 8천명씩 고향을 떠났다. 그 결과 도내 14개 시군 중 전주를 제외한 13곳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절반 이상은 이미 ‘고위험 단계’에 놓였다. 청년의 이탈은 곧 지역의 소멸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가 ‘2025년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내놓으며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 정치와 행정이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점이다. 청년이 해마다 고향을 떠나는데도 근본 대책은 뒷전이었고 뒤늦게 전시성 대책을 내놓고는 ‘청년 친화’라는 수상 실적만 내세우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기는 어렵다.
전북도가 내세운 정책은 일자리·주거·교육·복지·참여 등 청년 삶 전반을 아우른다고 강조한다. 면접수당, 직무체험, 임대보증금 지원, 활력수당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대부분 단기적이거나 보조 성격일 뿐,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만드는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청년이 전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일자리 없는 고향에서 몇십만원 지원금 받는다고 남지 않는다. 정치권과 행정이 지역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산업을 육성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청년 유출 사태다.
또한 청년 의견을 반영한다며 청년정책협의체나 청년센터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는지에 대한 검증은 부족하다. 정작 청년들은 여전히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 청년을 참여시켰다는 외형만 갖췄을 뿐, 실질적 권한과 예산 결정권은 여전히 관료와 정치권에 머물러 있다. 보여주기식 청년 참여는 오히려 청년들의 불신만 키운다.
문제는 정치권의 책임 회피다.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청년을 위한 전북’을 외쳐왔지만 청년 유출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청년정책을 발표할 때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정작 실행과 성과는 뒷전이다. 전북도가 최근 수상한 ‘청년친화헌정대상’도 청년들의 실제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외부 평가로 치장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청년들이 “전북에 남아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청년정책은 화려한 계획이나 단발성 지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이 떠나는 구조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전북 정치와 행정은 그동안 책임을 미뤄왔고 그 대가가 지역 소멸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라도 도정과 정치권은 청년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산업과 교육, 문화, 정주 여건 개선까지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청년 유출은 막지 못한다.
청년 없는 전북은 존재할 수 없다. 전시성 수상 실적이나 단발성 지원책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와 행정이 책임을 통감하고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 정책을 내놓는 일이다. 전북 청년의 미래를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행정이 져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