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길(교통)은 물자와 사람을 이동, 교류시킨다는 점에서 발전의 기초 조건이 되었다. 길이 없으면 오지가 되었고 뚫리면 성시를 이뤘다. 내륙의 오지라는 불명예를 안고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전북이 이제 전주권 광역교통망 구축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교통 인프라는 지역 발전의 기초이며, 도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다. 이번에 전북도가 마련해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전주권 광역교통시행계획(안)’은 단순한 도로와 철도 확충을 넘어 지역을 잇고 성장의 길을 열어가는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계획에 따르면 총사업비는 2조 2천여억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조 8백여 억을 국비로 충당한다. 주요 사업은 전주를 중심으로 완주·익산·김제·군산을 연결하는 15개 핵심 사업으로, 광역도로·광역철도·공영차고지·환승센터 건설이 골자다. 특히 전주~새만금을 잇는 76km 구간의 광역철도는 9개 정차역을 거쳐 동서축을 관통하며, 전북 발전의 새로운 대동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망 확충은 단순히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곧 생활권을 확장하고 산업의 동맥을 이어주며, 청년과 기업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까지 전북은 ‘낙후된 교통’이란 고질적 한계로 인해 산업 투자 유치와 인재 확보에서 번번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광역교통망 구축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계획이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마련됐다는 것이다. 10개 방사형 광역도로 사업은 전주 외곽과 인근 시군을 4~6차선 도로로 연결해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지역 간 접근성을 크게 제고한다. 익산과 군산, 새만금으로 이어지는 철도망과 환승센터는 도내 전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내고, 수도권·충청권 중심으로 짜인 국가 교통체계 속에서 전북의 존재감을 키우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 협의 과정에서 사업 규모와 국비 지원이 축소되지 않도록 설득력 있는 논리를 확보해야 한다. 또 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한 지역 주민과 시군의 목소리를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광역철도 노선과 환승센터 위치, 공영차고지 운영 방식 등은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한 시설 건설을 넘어 운영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중요하다.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 대중교통 요금체계의 합리화, 환승 편의성 제고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전북은 지금 새로운 교통혁명의 문턱에 서 있다. ‘삶을 잇고 기회를 여는 전주권’이라는 비전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계획 반영과 안정적 예산 확보, 철저한 사업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교통은 곧 발전이며, 발전은 도민 삶의 질과 직결된다. 전주권 광역교통망이 성공적으로 구축돼 전북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닌,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중심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