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설] 보름달처럼 마음이 꽉 찬 넉넉한 한가위 되길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본격 시작되었다. 연휴 첫날 새벽부터 고속도로는 차량 행렬로 붐비고,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 공항에는 선물 보따리를 든 귀성객들이 북적거린다. 꽉 막힌 도로 사정이나 치솟은 물가 걱정이 여전하지만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조상 묘를 찾아 감사의 절을 올리며 가족 친지 등과 함께하는 기대감이 그 모든 근심을 덮는다. 무엇보다 흩어져 살아온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웃음과 정을 나누는 시간이야말로 추석이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추석은 본래 한 해의 수확에 감사드리는 농경사회의 명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농촌은 마을과 마을이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고 도시가 중심이 된 사회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농경사회가 남겼던 전통적인 추석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았다. 도시에서 메마른 일상을 살던 사람들이 고향의 따뜻한 품에 안겨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다시 삶의 전선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시간이 바로 추석 명절이다. 부모 세대에겐 자녀에게 혈연으로 얽힌 뿌리를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교육의 기회이고, 모든 세대에게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연휴가 더욱 값진 이유는 단순히 긴 휴식이 주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적 갈등과 극우세력 준동, 경제적 불안, 세대와 지역 간 갈등으로 마음이 자주 갈라져 왔다. 12.3 내란사태는 아직도 종식되지 않아 불안감을 더한다. 이런 때일수록 한 지붕 아래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삶의 무게를 나누며, 함께할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햇곡식으로 차려진 추석의 따뜻한 밥상머리 대화 속에서 우리는 갈등보다는 이해를, 불신보다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특히 도농 간의 정서적 유대감이 더 엷어진 현실에서, 추석은 도시와 농촌이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보듬는 시간이기도 하다.

농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도시는 경쟁과 불확실성 속에서 지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명절만큼은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며 마음을 맞대는 자리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의 끈을 이어주는 힘이다.

우리가 추석마다 되새겨야 할 것은 바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가치’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삶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은 늙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웃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모습 속에서 공동체의 회복력이 다시 살아난다.

모처럼 찾아온 긴 추석 연휴 동안 일상의 각박함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겨 보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듣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작은 배려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훨씬 더 따뜻해질 수 있다.

이번 추석이 단순히 고향을 오가는 의례적 시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둥근 한가위 달처럼 우리의 마음도 하나로 모아, 갈라진 틈을 메우고 새로운 희망을 밝히는 연휴가 되기를 마음을 모아 기대해 본다.
  • 글쓴날 : [2025-10-01 13:54:19]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