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정부가 밀 산업 육성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소비 통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밀 소비량이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 양정자료 기준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은 2015년 32.2㎏에서 2020년 31.2kg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단, 1년만인 2021년에 18.3% 증가한 38.3㎏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식용 밀 소비량 가운데 가공용이 100만9천 톤에서 138만 5천 톤으로 약 38만 톤 늘어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며 이같이 공개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수입 통계(HSK 코드: 1001992090)에 따르면, 같은 기간 250만 톤에서 250만 3천톤으로 겨우 0.1% 증가에 그쳤다. 즉, 시중에서 얘기되는 ‘소비 증가’는 실제 수입 흐름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공식 통계와 수입 통계 간 수치가 이렇게 엇갈린다는 것은 조사 체계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확인 결과, 2021년 이후 밀 소비량 급증은 조사 방식 변경에 따른 착시로 확인됐다. 이전까지는 한국제분협회 회원사의 생산량만 반영됐으나, 2021년부터 SPC삼립(약25만t)과 삼양제분(약7.5만t)의 생산량이 새로 포함되면서 전체 집계량이 약 20% 늘어났다.
이 의원은 “농식품부가 협회가 제출한 내부 자료에만 의존한 결과,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며 “실제 소비와 무관한 증가를 소비 확대로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라면 등 가공식품의 수출 물량이 국내 소비로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FOOD 확산으로 라면 수출량은 2022년 29만9천t에서 2024년 39만8천t으로 급증했지만, 이 물량이 그대로 ‘국민 소비량’에 반영돼 내수 소비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식량과 가공 구분 속에 중력분의 65%를 식량으로 나머지를 가공으로 잡고 있지만 가공이 기본인 밀 소비 특성과 맞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정부가 2010년 이후 세부 용도별 소비조사를 중단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으로 제분협회가 회원사별 생산량 정보를 공유하지 않게 되면서, 농식품부는 식량용·가공용 구분 통계를 15년째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제2의 주식이라 불리는 밀의 소비 실태조차 모르는 것은 정책의 근간이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밀 산업 육성에 앞서 기초 통계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밀 소비가 급증했다는 착시에 기댄 채 쌀 수급정책의 방향을 왜곡하고 있다”며 “밀 소비 통계의 왜곡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정확한 수급 정보와 통계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김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