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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위협 대응하는 무시무시한 우리 무기체계(1)

조성렬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이해 핵무력 고도화의 핵심축이라며 극초음속활공체(HGV) 탄두의 중거리용 화성-16형, 단거리용 화성-11마형 미사일과 최강의 전략핵무기 체계라며 다탄두각개목표설정재돌입비행체(MIRV)를 탑재한 것으로 보이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20형을 선보였다. 이 자리엔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 전 대통령을 지낸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그리고 베트남 또럼 당총비서 등이 참석해 이를 지켜보았다.

작년 10월 7일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종합대학 연설에서 한국군을 조롱하며 “변변한 전략무기 하나 없는 허울뿐”이라고 비하하고, “행운도, 그 무슨 ‘신의 보호’도 대한민국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 발언은 한국군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이재명 정부에 들어서도 국내 일각에서는 여전히 자체 핵무장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년 1월 28일 미국 핵과학자협회(BAS)가 발표한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는 인류 종말을 뜻하는 자정까지 89초가 남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1947년 첫 발표 이후 인류가 가장 최악의 재앙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BAS는 재앙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의 핵무기 증강, 북한과 이란의 핵확산 위협,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를 들고 있다.

현재 북한이 개발해 실전배치 단계에 있는 전술핵탄두는 화산-31형으로, 10kT(TNT 10,000톤)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 탄두의 핵능력을 입증할 제7차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전문가들의 추정 수치일 뿐이다. 과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탄두의 폭발력 15kT와 21kT의 2/3 내지는 1/2수준이다.

북한의 전술핵탄두 화산-31형은 지름 40~50cm으로 추정되는데,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인 KN24, 600mm초대형 방사포 KN25, 순항미사일 화살1, 순항미사일 화살2, 무인잠수정 해일, 잠수함 탄도미사일 미니SLBM 등과 같은 투발수단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다. 이번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극초음속탄도미사일 화성-16형이나 KN23계열의 화성-11마형에도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는 인류 종말을 앞당기는 재앙이므로 보유해선 안되며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당장 북한 핵위협에 놓여 있는 우리로서는 인류 종말의 위기에 앞서 우리 국민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핵무장이나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반입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의 보유·반입 외에 또 다른 대안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대책에는 핵무기로 대응하는 방안 외에 다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핵화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세부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의 실현, △‘핵 가진 북한’과의 평화공존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비핵화 포기’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과는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주장하고 있어 둘 다 지난한 과제들이다. 다른 하나는 고위력 재래식무기로 북한의 핵위협에 맞대응하는 방안이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 군이 북한의 화산-31형을 상대로 재래식 무기로 대응할 수 있는가? 북핵 대안으로 떠오른 ‘고위력의 재래식 무기’는 바로 현무 미사일 시리즈다. 과연 김정은의 말대로 한국의 군사능력은 “변변한 전략무기 하나 없는 허울”에 불과한가? 현무-5보다 한 단계 아래인 현무-4의 위력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를 보자.

2021년 4월 3일자 는 “[단독] 현무-4 단 1발로 북 금수산태양궁전 완파 가능”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는 등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고, 문재인 정부가 이를 풀기 위해 고심하던 때이어서. 이 기사에서는 북한을 자극하려는 의 의도가 읽혔다.

이 기사는 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현무-4 미사일의 위력에 대해 △집속탄을 장착할 경우 단 1발로 축구장 200개 이상 면적의 초토화 가능, △고폭탄 탄두를 장착할 경우 단 1발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의 완파 가능, △지하 관통탄 탄두를 장착할 경우 지하 100m 이하의 김정은 위원장 벙커도 무력화 가능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 ‘한미 미사일지침’(1979)에 따라 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현무-4의 위력을 설명하면서도 사거리는 300㎞라고만 소개되었다. 2021년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대가로 한국은 42년 만에 ‘미사일 사거리 제한 완전 철폐’를 받아냈다. 그 이후 2024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현무-4를 능가하는 최신형 현무-5 미사일이 처음 공개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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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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