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5 미사일의 탄두중량은 8~9톤이며 폭발력은 현재 TNT 약 11톤을 상회하지만 14톤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2023.12.27.) 보도가 있었다. 폭발력으로만 본다면, 현무-5가 아무리 세계 최대수준의 고위력 재래식탄두라고 하지만, 화산-31형 핵탄두보다 1/1,000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핵무기에는 핵무기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옴 직하다. 하지만 이는 미사일 탄두의 폭발력을 가리키는 것일 뿐 살상력을 비교한 것이 아니다.
폭발력(Yield)은 폭탄이 폭발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크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파괴적인 힘의 정도를 가리킨다. 살상력(Lethality)은 무기가 목표물(주로 사람)에 피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하는 능력의 정도를 의미하며, 폭발력·파편·충격파 등 다양한 요소의 결과다. 실제로 북한 핵무기에 대한 억제력은 단순히 폭발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상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살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고위력 재래식무기로도 핵무기를 억제할 수 있다.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한국형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핵심수단이자 유력한 핵 억제수단이다. 현무-5의 탄두중량은 최대 9톤이며, 여기에 집속탄(cluster munition)을 장착할 경우 넓은 면적에 걸쳐 초토화가 가능하다. 집속탄금지협약(CCM)에서 20㎏ 미만의 폭발성 자탄을 포함하는 무기를 집속탄으로 정의한다. 현무-5에 탑재 가능한 집속탄은 설계와 효율에 따라 무게 2㎏ 자탄을 최대 4000개, 도합 8000㎏까지 탑재할 수 있다.
집속탄은 모탄(미사일 탄두)이 목표 상공에서 폭발하여 수많은 소형 자탄(sub-munition)을 살포하고, 각 자탄이 분산되어 넓은 지역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살상력을 극대화한다. 집속탄에는 고폭화약을 사용하거나 화학작용제를 사용한다. 실제적인 집속탄의 살상 효과는 고도, 풍속, 자탄의 분산 패턴에 따라 달라지고 자탄 간에 살상면적의 중첩이 발생한다. 여기서는 탑재된 수천 개의 자탄이 최적의 간격으로 지면에 고르게 분산되어 살상 면적이 중첩되지 않는다고 가정한 최대 살상면적(Atotal)으로 계산하기로 한다.
첫째는 155mm 포탄용 M483A1 이중목적개량재래식탄약(DPICM)의 자탄인 M42/M46을 사용할 경우다. 인마살상이 가능한 DPICM의 탄두중량은 40㎏, 자탄 1개 무게는 약 0.24㎏이므로 집속탄 1개당 자탄 160개 정도를 탑재할 수 있다. DPICM 자탄의 유효살상반경은 7m이기 때문에, 살상면적은 2만 4630㎡다. 이는 면적 7140㎡(FIFA 규격, 가로 105m, 세로 68m)인 축구장 3.5개 면적의 살상효과를 나타낸다. 현무-4의 탄두중량을 2~4톤으로 보면, 이는 축구장 175~350개 면적의 살상효과를 갖는 것이 된다.
둘째는 사린(GB), VX와 같은 고휘발성 신경작용제를 장착한 집속탄을 탑재할 경우 더 큰 살상효과를 발휘한다. M270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MLRS)에 탑재되는 집속탄(M26)은 탄두중량 156㎏에 자탄 개수가 644발이며, 사거리를 연장하기 위해 추진체 무게를 늘리고 자탄을 줄인 M26A1은 자산 개수가 518개다. ATACMS미사일(블록 1A)의 집속탄 모델인 MGM-140A의 경우 탄두중량이 560㎏일 때 0.58㎏인 자탄의 개수는 950개이며, 사거리 연장을 위해 탄두중량을 160㎏로 줄이게 되면 자탄은 275발 탑재할 수 있다.
독성 신경가스의 살상 범위는 가스의 종류, 살포량, 기상 조건(바람, 온도), 살포 방식(에어로졸, 증기) 및 지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사린가스 1.2㎏을 살포하면 반경 33m 지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데이터가 있으며, 액체 노출 땐 적은 양(1~10mL)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군사적 상황에서 방호조치가 없는 경우,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 범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량살포 때는 수십 km까지 확산될 수 있다. VX는 사린가스보다도 100배 가량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TACMS(블록 1A)를 기준으로 집속탄을 장착한 현무-5의 살상력을 계산해 보자. 현무-5의 공식 사거리는 300km로 탄도중량을 줄이지 않아도 북한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 집속탄에 8000㎏의 자탄을 탑재한다고 가정하자. 자탄 1개의 무게를 2㎏라고 할 때, 최대 4000개의 자탄을 탑재할 수 있다. 고폭약의 집속탄을 탑재한 현무-5로도 유효살상 범위는 축구장 면적의 700배를 넘는다. 이를 근거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사망률 데이터를 기준으로, 화산-31형 핵탄두의 예상살상력과 그에 상응한 현무-5의 개수를 추정하면 아래와 같다.
현무-5 미사일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사용해 공격해 올 경우에 대응한 우리 군의 핵심 대량응징보복 체계다. 현무-5 미사일의 개발 목적은 고위력 재래식 벙커버스터 탄두를 탑재하여 북한의 지하 지휘시설을 파괴하는 데 있다. <계속>
* * *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