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설] 이원택 의원 완주 제2혁신도시 공약, 철회하라

내년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원택 국회의원이 내놓은 ‘제2혁신도시 조성’ 구상이 지역사회에서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완주 삼봉지구에 또 하나의 혁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그의 제안은 얼핏 보면 전북 발전을 위한 큰 그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역균형발전의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정치적 계산에 더 가깝다.

혁신도시 제도의 근본 취지는 분명하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낙후된 지방의 새로운 성장거점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균형발전 전략이다. 하지만 완주는 이미 ‘전주·완주 혁신도시’라는 이름으로 혁신도시 수혜를 누리고 있다. 그 결과 완주는 도내 군 단위 지역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고 기반시설과 생활여건이 개선된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지역에 다시 제2혁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법과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다.

더구나 완주 혁신도시는 행정구역상 완주군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전주권의 생활·경제권 확장이다.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이 지역에 또다시 집중시키겠다는 것은 결국 전주·완주 중심의 행정 집중을 심화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전국적으로도 혁신도시는 도청 소재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성해 왔다. 충북의 진천·음성, 경북의 김천, 전남의 나주, 강원의 원주가 그러하다. 이는 지역 내 집중조차 피하려는 균형발전 철학의 구현이었다. 그런데 전북은 이미 도청권에 인접한 완주에 첫 혁신도시를 만든 데 이어, 또다시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는 전국적 기준에서도 예외적이며 위험한 선례가 된다.

이 의원의 제안이 더욱 문제인 이유는 이 구상이 도지사 선거용 공약으로 기획된 의도가 농후하다는 점이다.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민감한 지역 이슈를 슬그머니 끼워 넣고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카드를 ‘표 계산용’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냄새가 짙다.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원이 국가균형발전의 기조를 설계한 자당의 철학을 거스르는 공약을 내세운다면, 그것은 곧 정책적 일관성과 정당성의 붕괴로 이어진다.

지금 전북은 동부권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남원, 임실, 순창, 진안, 무주, 장수 등은 지역소멸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전주·완주권만을 위한 ‘제2혁신도시’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도민 간 갈등을 키우고,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시 조성의 구호가 아니라, 이미 조성된 혁신도시의 내실화와 지역 간 연계성 강화다. 산업·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고르게 확충해 전북 전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짜 혁신의 길이다. 도지사 출마를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도민의 표보다 도민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제2혁신도시’는 선거용 미끼가 아니라 전북 균형발전의 진정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공약을 철회하고 전북 전체의 균형과 상생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도민의 신뢰에 부응하는 정치의 출발점이다.
  • 글쓴날 : [2025-10-20 15:00:31]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