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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립거점대학의 수치, 전북대는 왜 변하지 않나

국립거점대학 전북대학교가 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교수 채용 비리, 음주운전 솜방망이 징계, 논문 대필 의혹 등 연이은 비위와 기강 해이로 인해 ‘국립대의 수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청렴도 평가에서 5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현실은 전북대의 내부 시스템이 이미 병들어 있음을 방증한다. 교육과 연구의 요람이 되어야 할 대학이 스스로의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교수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 행위다. 미술학과 교수 채용 심사 항목이 특정인을 위해 자의적으로 변경되었다는 의혹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근본에서 흔드는 일이다. 더구나 심사위원 중 한 명이 1차 합격자의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고 대학은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되레 제보자를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고소했다. 내부 고발자를 징계 대상으로 삼는 문화는 정의를 짓밟고 부패를 은폐하는 조직의 전형적인 행태다. 총장의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답변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음주운전 교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역시 대학의 기강 해이를 상징한다.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은 살인미수 행위로 인식될 만큼 중대한 범죄다. 그런데도 전북대는 1~3개월 정직에 그치는 미온적 처벌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는 도덕적 퇴행이며 학생들에게 잘못된 가치 기준을 심어주는 교육적 폭력이다. 타 국립대들이 음주운전 교원을 즉각 해임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전북대의 대응은 ‘자기 식구 감싸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논문 대필, 이른바 ‘논문공장’ 문제도 전북대의 학문적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전북대 교수의 이름이 포함된 논문 중 일부가 대필 의혹으로 확인됐다는 사실은 연구윤리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문은 신뢰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논문 부정이 반복된다면 대학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부패한 거래소로 전락할 뿐이다.

이처럼 채용 비리, 음주운전, 논문 부정 등 전북대의 문제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조직문화 전반의 부패와 무감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총장과 보직교수진은 이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면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미 구조적 병폐로 고착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정화의 칼’이다. 전북대는 지금이라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채용·징계·연구윤리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내부 제보자를 보호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심사위원 제도를 전면 재정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 전체가 ‘공직윤리’라는 기본에 다시 서야 한다. 국립거점대학은 지역사회의 지적 중심이자 공공기관이다. 전북대의 청렴은 단순한 대학의 명예 문제가 아니라 전북 지역의 도덕적 수준과도 직결된다. 스스로의 부패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도민들은 전북대를 더 이상 ‘국립대학’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대는 부끄러움을 직시하고 청렴 회복의 칼날로 스스로를 벼려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무너진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
  • 글쓴날 : [2025-10-23 1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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