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대표 창업 페스티벌인 ‘제10회 스타트업(Start-up) 전북 창업대전’이 전북테크비즈센터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이번 행사는 지난 10년간 지역 창업생태계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미래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도내 창업지원 기관과 대학, 협·단체, 투자사 등 130여 개 기관과 기업이 함께한 이번 대전은 ‘기술창업 중심지 전북’의 저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새로운 10년의 항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10년간 전북은 결코 작지 않은 변화를 이뤄냈다. 초기 창업 발굴에서 기술개발, 사업화, 투자 연계에 이르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서의 토대를 다졌다. 그 결과 전북형 창업 생태계는 단순한 지역 지원 모델을 넘어, 혁신과 협업을 바탕으로 자생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창업의 무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AI가 산업의 질서를 바꾸고, 데이터가 부와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창업대전의 슬로건인 ‘AI 전환의 중심, 전북 창업생태계에서 시작됩니다’는 바로 이러한 시대정신을 압축한 선언이다. 전북 AX(Advanced Transformation) 위원회의 출범은 지역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AI와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구체적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북의 산업과 경제 전반을 ‘데이터 중심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실험이자 도전이다.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로, 농업은 정밀농업으로, 의료와 복지는 예측형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다. 전북이 강점을 가진 식품, 농생명, 에너지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AI가 결합하면 생산성과 효율성은 물론, 지역 산업의 부가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를테면 AI 기반의 스마트 식품 개발, 기후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작물 재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RE100형 산업단지 운영 등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전북이 이러한 변화의 시험무대이자 혁신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지방’의 한계를 넘어 ‘국가 혁신의 전초기지’로 도약할 수 있다.
이번 창업대전에는 AI, 테크, 핀테크 등 첨단 분야 스타트업이 대거 참여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글로벌 창업이민센터 프로그램, 대학연합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 투자상담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창업의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잇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 호찌민시 관계자가 참석했는데 이는 전북 창업생태계가 개방형 혁신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창업기업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어설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초기 창업지원 이후 투자와 판로, 인력, R&D로 이어지는 사슬이 단절되면 혁신의 불씨는 금세 꺼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바이오·핀테크 등 고위험·고기술 분야는 실패의 비용이 크기 때문에, 실증 테스트베드와 규제 샌드박스를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 완화, 공공 데이터 개방, AI 윤리 기준의 명확화가 병행될 때, 기술 창업은 비로소 도약의 기반을 얻는다.
또한 지역 대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을 가르치는 공간에 머물러선 안 된다. 연구성과의 사업화, 기술이전, 학생 창업, 산학 공동연구 등 지식의 산업화 플랫폼으로 변모해야 한다. 전북대, 원광대 등 주요 대학이 중심이 되어 AI 인재 양성과 창업교육을 결합한 ‘AI 융합 캠퍼스’를 조성한다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인재는 결국 혁신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창업은 인간의 상상력과 기술의 결합에서 출발한다. 이미 생성형 AI가 콘텐츠, 디자인, 마케팅 등 창업 초기 단계의 진입 장벽을 허물고 있으며, 스타트업은 이를 활용해 저비용·고효율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전북의 청년 창업가들이 AI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이런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창업가의 삶을 지탱해 주는 금융·복지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진정한 ‘창업 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전북의 창업생태계는 이미 단단한 토대를 구축했다. 그 위에 AI 혁신의 씨앗을 심는다면, 전북은 더 이상 지방의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스타트업 지형을 이끄는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다. 지난 10년이 창업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AI 기반의 혁신 성장,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기가 되어야 한다. ‘전북에서 창업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창업대전의 불씨는 결코 꺼져서는 안 된다.
AI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전북이 그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고 나아간다면, 대한민국 창업지도의 중심은 머지않아 ‘전주’와 ‘전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