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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방직 특혜 논란, 전주시 행정의 기본을 묻는다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전북자치도청사 옆,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주시가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재점화되면서, 지역 개발의 투명성과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관광타워 복합개발사업’으로 명명된 이 사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사회 내 찬반 논란을 불러온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은 하나다. 도시개발의 공공성이 왜 이렇게 반복적으로 훼손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전주시가 ㈜자광이 추진하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시공사도 정해지기 전 승인 절차가 이뤄진 점, 감정평가 과정에서 공공 기여금이 축소됐다는 의혹, 그리고 교통 개선비를 사업자 부담이 아닌 공공 기여금으로 충당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의회와 시민단체는 이 같은 편법과 특혜로 인해 시민이 입을 손실이 4천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핵심 쟁점은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계획이득 환수’다. 개발로 인한 토지 가격 상승분은 공공이익으로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전주시가 감정평가를 유리하게 진행해 3천억 원이 넘는 공공 기여금이 축소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공공 기여금 중 1천억 원 이상을 교통 개선대책 사업비로 전용한 점도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과 교통영향평가 지침에 따르면, 교통 개선비는 문제를 유발한 사업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공공 기여금으로 전환했다면 명백한 위법이자 행정 배임 소지가 있다.

물론 전주시의 입장은 다르다. “모든 절차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됐다”는 것이다. 감정평가도 전문 평가기관이 수행했고, 관련법에 따라 토지가격 상승분의 100%를 공공기여로 반영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령의 해석 차이와 행정의 불투명성이다. 서류상 합법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시민이 납득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것은 이미 행정 신뢰의 실패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주시는 이미 과거에도 도시개발 사업에서 ‘특정 업체 밀어주기’와 ‘공공성 훼손’ 논란에 수차례 휘말렸다. 공공택지 분양, 도시재생, 교통사업 등에서 반복된 의혹은 결국 전주시 행정의 구조적 문제, 즉 공공이익보다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가 우선되는 구조를 드러낸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은 총사업비만 6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도심 중심부의 20만㎡ 부지를 2030년까지 관광타워, 상업시설, 주거단지로 바꾸는 대규모 개발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전주의 도시경관과 경제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공공성의 담보 없이 추진된다면, 그것은 도시발전이 아니라 사익 중심의 전횡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전주시의 행정은 이제 단순한 ‘법적 절차 준수’ 수준을 넘어, 시민적 투명성과 정책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감정평가 절차의 공개 의무화 △공공기여 산정 방식의 외부 검증 △교통 개선비 등 필수 부담 항목의 명확한 분리와 관리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3자 감시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 = 성장’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지방도시의 재도약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민의 삶의 질, 교통 접근성, 녹지율, 지역 경제 순환 구조 등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주시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투명한 개발 행정’을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업에서도 똑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것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민간사업자의 특혜 문제로 끝나선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자산인 공공부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이익을 어떻게 공동체 전체로 환원시킬 것인가에 대한 시스템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감사원도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면밀히 들여다보고, 제도적 허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유사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이 속속 추진되는 만큼, ‘공공기여 산정 및 집행 표준지침’을 중앙 차원에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전주시는 ‘문화관광 중심 도시’를 표방하지만, 그 출발점은 화려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신뢰받는 행정이다. 공공의 이익이 흔들릴 때, 어떤 관광타워도 도시의 품격을 지켜주지 못한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투명한 절차, 감시받는 행정, 공공성 우선의 개발만이 진정한 도시 경쟁력이다. 이제 전주시는 질문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 사업으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얻는가?” “공동체와 시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전주개발 행정의 신뢰는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행정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투명한 의사결정과 공정한 인사, 신속하고 책임 있는 행정 처리, 시민 참여 확대, 부패 근절이 필수적이다. 열린 소통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일찍이 공자가 설파한 무심불립(無信不立)의 경구를 이 시점에서 되새겨야 한다. 대한방직 부지 논란은 단순한 특혜 시비가 아니라, 전주시가 스스로의 행정을 되돌아보고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마지막 경고음이다.
  • 글쓴날 : [2025-11-12 14: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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