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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자녀 학폭 무마 사건 관련자들 엄벌하라

강민정 칼럼 / 전 국회의원
윤석열 정부 전 의전비서관이었던 김승희 자녀 학교폭력 무마사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국회 교육상임위에서 김승희 자녀 학폭 가해자 징계를 결정하는 학교폭력위원회 녹취록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2년 전 21대 국회에서 제기된 김건희 개입설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개된 녹취파일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당시 학폭위 위원들이 결론을 이미 내리고 그 결정을 공식화하기 위한 단지 형식적 절차로 학폭위를 활용한 정황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공개된 녹취록을 들은 임태희 경기교육감 스스로도 국감장에서 인정한 바다.

학폭위는 사실관계 규명은 물론 징계 결정 과정 자체가 피해자 보호 관점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한다. 위원회 운영 과정과 결과 모두 피해자 치유와 가해자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갖도록 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녹취록에 따르면 해당 학폭위에서 아이들은 온데 간데 없고, 피해자 대신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거의 범죄 수준의 조작행위 현장에 방불했다.

조작 정황은 너무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강(제)전(학)은 과장님이 부담스러운…’, ‘나중에 까발려지면…’, ‘쟤들도 고민 많이 했는데, 점수는 최대한 줬구나…’ 등의 발언으로 교육청 상급 담당자와의 사전교감 정황과 사후에 제기될 정당성 시비에 대한 대비책 강구까지 이루어졌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각막이 훼손되는 등 전치 9주 진단이 나올 정도로 무참하게 폭행당한 피해자 목소리는 가해 학생 부모가 최고 권력자 지근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묻혀버렸다. 성인들 간 폭력이라도 가해자에게 형사적 중형처벌이 내려질 정도의 피해였다. 지난 2년간 피해학생과 부모가 당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도 없다.

학폭 발생 직후 김승희와 김건희 사이 수차례 통화가 이루어졌고, 김건희와 장상윤 전 교육부 차관 간 8분이 넘는 통화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교육청 과장 수준이 아니라 당시 최고 권력실세와 차관이 관여되었다는 정황이며, 차관이 교육청 담당과장에게 직접 지시하는 건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교육부 차관과 소통할 만한 경기도교육청 책임자도 개입되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다.

특검이 성남·가평 교육지원청 압수수색에 들어가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검은 당시 학폭위 위원장이나 교육청 과장만이 아니라 학폭위 위원 전원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 또한 해당 사안 학폭위 결정에 대한 ‘문제없음’ 결론을 내린 경기도교육청 감사 과정도 수사해야 한다.

국회에서 문제가 된 학폭위가 ‘절차상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고 답하던 경기교육감이 녹취록 공개 후 자신은 몰랐던 일이라며 수사에 맡기겠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 교육감이 전치 9주 중상 피해사건인데 학급 교체 수준 징계가 나오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채 절차만 따졌다는 말인가.

그 사이 가해학생은 가해학생대로 폭력 정당화를 학습하고, 피해학생과 그 부모는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교육적이며 또 다른 추가 가해 상황을 만들어 낸 셈이다. 피해학생 고통이 학폭위 위원들과 교육청 관료, 교육부 차관과 권력 최고 실세가 각자 위치에서 반칙과 편법을 공모한 결과라면 너무 잔인한 일 아닌가.

초3 아이를 짓밟은 권력형 반인권·반교육 카르텔의 전모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임태희 교육감은 피해학생과 부모에게 직접 사과하고, 응당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고민해야 마땅하다. 당연히 교육청 자체적인 진상조사에도 나서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국수본부장 임명자였던 정순신 자녀 학폭사건이 큰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가해학생인 정순신 아들은 멀쩡하게 서울대 진학하고, 그 피해학생은 학업도 중단하고 수년 간 고통에 시달리다 대학 진학은커녕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자살시도까지 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엄격한 규정과 제도에도 불구하고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학폭 처리 과정에서도 온갖 수단과 편법을 동원해 빠져나가고, 가난하고 힘 없는 학생만 2차, 3차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비싼 로펌을 동원할 수 있는 부모를 가진 아이만 살아남는 현재 구조는 근본적인 검토가 되어야 한다.

학폭 전담 로펌이 법조계 블루오션이 되어 성업 중이다. 학폭위가 이번 김승희 자녀 건처럼 운영된다면 누구도 교육적 처리를 신뢰하지 않고 소송이라는 사법적 방식으로 직진할 것이다. 학교는 지금도 이미 소송 전쟁터가 되어 몸살을 앓고 있는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이번 김승희 자녀 학폭 무마 사건은 권력형 범죄·비리 카르텔의 전형적인 사례지만, 이번 기회에 학폭위 구성 원칙과 학폭위 위원 자격, 학폭위 운영의 투명성과 기록·녹취 의무화 방안이 강구되어 학폭위가 자의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할 방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과 권력 개입 차단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권력의 교육 개입은 명품백이나 고가 귀금속 수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잔인한 아동학대다. 우리 아이 하나하나의 삶이 무참히 파괴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폭위 관계자 수사에 머물지 않고 비리 공모자들까지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 그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권력형 학폭 무마 범죄에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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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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