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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수 중심의 폐쇄 운영이 세계소리축제 망친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판소리의 본향, 전북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전통과 예술적 성취 덕분이다. 그러나 최근 전북자치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운영 실태는 이 축제가 더 이상 문화적 가치가 아니라 비위와 난맥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간 3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이러한 수준의 운영이라는 사실 자체가 가히 충격적이다.

도의회 감사는 조직위 운영 구조의 총체적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1명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는 사실상 ‘3~4명 중심의 사적 의사 결정 기구’로 축소되어 있었고, 조직위원장·집행위원장·문화국장 등 소수 인사가 모든 결정을 독점한 채 축제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보수 체계가 엉망이라는 점이다. 김관영 도지사 캠프 출신 인사의 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했고, 그 과정에서 그의 지휘를 받는 행정팀장이 서류를 올리고 집행위원장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셀프 인상’이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생명으로 하는 공공기관에서 이런 행위가 반복됐다면 이는 구조적 비위다. 이미 사정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계약집행 문제도 심각하다. 수의계약 건수는 2023년 42건에서 2025년 61건으로 폭증했고, 계약금액도 해마다 대폭 증가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그 대부분이 낙찰률 100%로 체결되었고, 일부는 100%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경쟁도 없이 ‘정해진 업체’에 계약이 돌아갔다는 의혹이 짙다. 지방자치단체 계약 기준은 물론 전북자치도 자체 기준조차 무시된 이런 운영 방식은 회계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대한 위반 행위로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조직위원장의 개막 공연 중 폭언 논란 또한 축제 운영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직원에게 모욕적 언사를 내뱉고 가족이 안내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관객들에게까지 노출됐다는 증언은 낯뜨겁기까지 하다. 내부 직원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조직이 어떻게 외부와의 신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경력자 이탈이 반복되고 급여체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또 다른 부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야 할 축제 조직에서 인사 시스템이 흔들리는 것은 축제의 지속성과 품질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전북도의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이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뼈를 깎는 쇄신 없이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조직운영 전반의 투명성 강화, 수의계약 관행의 전면적 재검토, 인사·보수 체계의 정상화, 그리고 상임위원회의 구조적 개편은 필수다. 도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축제가 더 이상 사적 네트워크의 놀이터로 전락해선 안 된다.

전북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감사 지적 사항으로 흘려서는 안 된다. 축제의 위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다시 ‘전통과 품격의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의 철저한 개혁에 달려 있다.
  • 글쓴날 : [2025-11-18 14: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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