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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임금 폭증과 위증 스캔들 - 세계소리축제의 민낮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를 둘러싼 ‘48.6% 기본급 폭증 사태’가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조직의 기강과 책임 윤리까지 뿌리째 흔드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특히 김희선 조직위원장이 전북자치도의회 행정사무감사장에서 한 진술이 녹취 파일을 통해 사실과 다른 정황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더 이상 축제 조직위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 운영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는 선거캠프 출신으로 알려진 L 부장의 파격적인 기본급 인상이 있다. 올해 해당 부장의 기본급은 500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48.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조직위 대부분의 직원 인상률이 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인상은 ‘성과 보상’의 범위를 넘어선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전북자치도 감사 결과, 조직위 내부의 연봉 조정 기준 역시 무시된 채, 협찬사 유치 등 근거가 빈약한 사유만으로 인상이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자연스럽게 ‘도지사 측근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은 김희선 위원장의 대응이다. 김 위원장은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기본급 인상 과정에 대해 “차 안에서 보고를 받았고, 문제없는 통상의 결재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직위 전 행정팀장이었던 B씨는 이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사안을 상세히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인상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을 입증할 통화 녹취 파일도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의 반대로 공개는 무산됐다.

이 지점이 핵심이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공식 감사장에서 의원들을 상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진술했다면, 이는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파괴이며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중대 행위다. 행정사무감사장에서의 증언은 단순 발언이 아니라 공식성과 책임이 부여된 ‘진술’이다. 위증은 형사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의 신뢰는 이런 자리에서부터 무너진다.

조직위 내부의 구조적 문제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근 3년간 무려 13명의 직원이 조직을 떠났고, 이 중에는 13년, 15년씩 근속한 핵심 인력도 포함돼 있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중견급 인력이 이탈한 것은 조직의 리더십과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김 위원장은 “업무 과중, 직원 간 불화, 계약 만료”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퇴사자 중 일부는 현재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조직 내부의 현실이 외부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행정팀원들의 의회 증언도 문제의 본질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한 직원은 “도무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6월 김 위원장이 팀 전체를 향해 ‘모진 말’을 퍼부었던 상황을 증언했다. 그동안 직원들에게 자상하고 친절한 리더로 알려졌던 김 위원장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게 됐는지, 인사 논란과 조직 내부 갈등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의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강력한 후속 조치를 예고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도 감사위원회는 독립적 권한으로 엄정한 감사를 진행해 문제를 적발했고, 도지사는 즉각적인 징계 조치를 조직위에 통보했다. 김 도지사의 ‘공정과 원칙’ 강조는 단순한 정치적 입장 표명이 아니라 이번 사태가 공공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대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단순 징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조직위 내부의 도덕성 결여, 리더십 부재, 인사 시스템 붕괴, 책임 회피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즉 한 명의 과도한 임금 인상 문제로 시작된 사건이지만, 실제로 드러난 것은 조직 전체의 병리적 현상이다. 이 구조를 제대로 개편하지 않으면 소리축제는 더 이상 ‘전북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화행사’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역의 대표 문화행사이자 전북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런데 그 조직 내부가 사적 관계, 모호한 인사 기준, 책임 회피, 내부 갈등으로 얼룩져 있다면 축제의 수준과 위상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축제의 수준은 무대 위 공연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사를 만드는 조직의 전문성·도덕성·투명성까지 포함한다.

김희선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실수나 직원들의 오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조직의 최상위 책임자로서 도민 앞에 명확한 사실 관계를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단순한 인사 논란이 아니라 공공기관 운영의 기본 원칙 자체를 흔드는 위험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이 어렵다. 소리축제 조직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뼈를 깎는 자성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 기구는 더 이상 도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L 부장의 급여가 아니라 조직 전체를 지탱하던 ‘공정’이라는 토대가 붕괴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도민이 요구하는 것은 변명이나 책임 전가가 아니라, 투명한 진상 규명과 단호한 구조 개선이다. 이것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글쓴날 : [2025-11-19 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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