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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는 어떻게 보수층을 과대대표 하는가?(1)

김현철 칼럼 / 변호사
지난 10월 29일자 민들레에 ‘민주주의는 교실에서 어떻게 교육돼야 하는가?’라는 글을 쓰면서 ‘학생들의 우경화’가 심각하다는 문제를 잠시 언급했습니다. 거기서 저는 “학생들이 우경화 되었다”는 표현은 위험하며, “모두 우리 번호사의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학생들이 우경화 되었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0대 남학생뿐 아니라 20대 남성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원인이 극우 유튜버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진보적인 내용의 유튜버도 존재하기 때문에 극우 유튜버에게 원인을 돌릴 수 없습니다. 즉 10대, 20대 남성층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극우적 성향의 미디어를 선택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추세는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유럽에서도 극우 정당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극우파는 민족우월주의 또는 국가주의에 기반하여 ‘이민 반대’와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다른 민족 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내재해 있습니다.

극우파가 확산시키는 혐오와 차별의 감정은 인간의 본능에 내재하는 원시적 야만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야만적 공격성은 원시적인 감정이어서 단순한 자극만으로도 쉽게 전염됩니다. 더구나 극우파가 공격하는 대상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이기에, 그러한 차별과 혐오를 선택하는 것이 아주 쉽습니다.

그에 반해, 진보의 의제, 즉 ‘평화적 공존’은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 자신의 감정을 절제해야 하기에 그 선택이 어렵습니다. ‘자신이 왜 희생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절제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깨달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의 극우파 확산이 뚜렷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대세적이지는 않은데, 우리의 극우파는 보수층 전체를 과대대표(誇大代表)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진보 진영과 유의미하게 경쟁하는 합리적 보수층의 주장은 미미하고, 극우파의 주장이 보수층 전체를 과대대표 하면서 어린 세대에게 쉽게 전염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국회가 발의하고 결의한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은 윤석열과 김건희의 부정부패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윤석열은 국회에 종북 반국가세력이 있다고 사태를 왜곡했습니다. 이런 윤석열의 주장을 옹호하면서 “간첩들이 너무 많다. 계엄 환영한다. 간첩들 다 잡아서 사형해 달라”는 뮤지컬 배우 차강석(2024년 12월 5일자 뉴스엔)의 주장은 한국 극우파들의 기본적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은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자를 ‘적’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심지어 윤석열을 체포하려는 공수처에 대항하여 대통령 관저 사수를 위해 ‘백골단’이란 이름의 ‘반공청년단’을 결성하였고, 여기에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가세하여 2025년 1월 10일 국회에서 결성식을 치렀습니다.

이들이 분쟁의 해결 방식으로 폭력을 선언한 것인데, 이것은 ‘내란 행위’였습니다. 탄핵반대 집회에서 윤석열에 대한 지지를 밝혔던 배우 최준용은 윤석열이 체포되었던 2025년 1월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 대통령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잡혀가냐? 우리가 끝까지 지켜드릴 것”이라고 말하며 지지자들을 독려했습니다(2025년 1월 16일자 매일경제). 이들은 윤석열이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한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국회에 간첩이 있다면서 현실을 왜곡하였습니다.

심지어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던 2025년 1월 19일 새벽 3시 21분경에, 극우파들은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판사의 이름을 부르며 “차은경 나와”라고 소리치고 법원 담을 넘어, 법원 현판을 뜯어내고, 건물 유리창을 깨트렸으며, 경찰관과 기자들을 폭행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습니다(2025년 1월 19일자 파이낸셜뉴스). 이들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존중하지 않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민주주의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류입니다.

지난 1월부터 극우파는 트럼프 미연방 대통령이 윤석열을 구할 거라고 주장했고, 최근 APEC 개최 전에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2025년 11월 1일자 한겨레에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익명의 제보입니다. 항모가 들어와 윤석열 각하를 구출해 갔답니다. 구치소에 있던 윤석열 각하는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재명은 이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 정치인들에 희망을 가지고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모두들 연락을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다음 윤통의 계획은 미국에서 잠시 쉬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트럼프에게 말해 주한미군 명령권을 부여받아 우리에게 되돌아 오신 답니다. 우리 윤석열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누리지도 못하고 잡혀가셨는데 한 번에 해결하고 저것들 다 밀어버릴 수 있다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너무나 놀랍습니다. 이들과는 같은 테이블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유권자 중에 극우파는 몇 퍼센트 정도 될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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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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