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전북자치도가 새만금 신항에 크루즈를 활용해 숙박 문제를 해결하자는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대규모 국제행사가 필연적으로 겪는 숙박 인프라 부족을 해소하는 동시에, 해양관광 산업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북의 현실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충분한 호텔 신축은 어려운 과제다. 이 때문에 크루즈 숙박은 현실적인 대안이다.
크루즈 한 척은 통상 1,000~3,000명의 수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호텔 건설에 따른 막대한 초기 비용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크루즈 활용은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방식이다. 올림픽 종료 후 유지·철거 비용 부담도 없으므로 공공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대형 국제행사 후에 흔히 발생하는 ‘빈 호텔’ 문제도 피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국제행사는 크루즈 숙박을 적극 활용해 왔다. 리우 올림픽은 항구에 4척의 크루즈를 정박시켜 1만여 명의 숙박을 제공했고, 카타르 월드컵 역시 3척의 크루즈호텔로 1만 개에 달하는 객실을 공급했다. 최근 열린 APEC 경주 회의에서도 ‘선상 호텔’이 운영될 만큼, 크루즈 숙박은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검증된 방식이다.
새만금 신항의 입지적 이점도 확실하다. 중국, 홍콩,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크루즈 시장과 인접해 관광상품 개발이 용이하다. 최근 새만금개발청이 글로벌 해운기업 월렘 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크루즈 기항 유치 기반도 강화됐다. 내년 개장 예정인 새만금 신항의 2개 선석은 이미 운영사가 선정되어 있어 선박 입항 지원 체계도 갖춰지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작지 않다. 중간보고회 결과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는 96달러 수준이다. 선박당 2천명이 연 10회 기항할 경우 직접 지출만 연간 27억 원에 달하며, 간접 효과까지 포함하면 1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관광 인프라 측면에서도 새만금은 탁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군산군도·채석강·고창 갯벌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익산 미륵사지·군산 근대역사관 같은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최근 개통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올림픽 경기장과의 연계성도 보완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크루즈 터미널의 서비스 품질, 교통·보안 체계 구축, 수용 인력 확충 등 세부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한 절차일 뿐, 정책 추진의 장애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크루즈 활용은 단순한 ‘숙박 대체 수단’을 넘어, 2036 전주올림픽 유치를 견인하고 전북의 해양관광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새만금 신항을 서해안 크루즈 허브로 성장시키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크다.
전북도는 이번 아이디어를 단순한 발상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정부 및 관련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전북이 새로운 해양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낼 기회다.